G20 “금리 내리고 재정지출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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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20 국가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각국 정부는 특히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제 금융질서 재편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G20 의장국인 브라질의 기두 만테가 재무장관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G20의 역할을 확대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회의에서 협의한 내용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G20 의장국은 영국이 맡기로 했으며, 한국은 2010년 의장국이 된다. 따로 상설 사무국을 두지 않는 G20은 전·현직 및 차기 의장국 등 3개국이 중심이 돼 의제를 정한다. 따라서 한국은 내년부터 G20의 운영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주 개막하는 G20 금융정상회의에선 국제 금융질서 재편 방안과 금융위기 극복 방안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위기의 정도가 제각각인 20개국이 구체적인 공조 방안을 마련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새로운 국제금융 감독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소극적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벤저민 프리드먼 교수는 “금융정상회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협력과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금융질서를 확립한 브레턴우즈 체제가 탄생하는 데도 거의 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제 금융질서 재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미국이 정권 교체기를 맞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한 이후인 내년 2월 말 G20 정상회의를 다시 열 것을 제안해 놓고 있다.

상파울루 회의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그동안 유럽의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초국가적 금융기구 구성을 주장했으나 이번 회의에선 수위가 다소 누그러졌다”며 “이보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체제를 재편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의가 기념 사진을 찍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되고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 참가국의 공통된 인식이었다”고 덧붙였다.

김원배 기자

◆G20=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 등 G7 국가에 한국·러시아·중국·인도·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브라질·멕시코·터키·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유럽연합(EU) 의장국 등 20개국으로 이뤄진 협의체로 1999년 독일 베를린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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