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빈곤층 웃음 찾아준 한국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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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 거리에 있는 농촌 지역 캄퐁스푸는 가난한 동네다. 이곳에 사는 모아 찬 차브(14)는 부모가 없어 아동보호시설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극빈층 중의 극빈층인 셈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던 그는 얼마 전 꿈을 갖게 됐다. 지난해 여름, 삼성사회봉사단이 해외봉사 및 원조단체인 코피온을 통해 보낸 8대의 컴퓨터 덕이다. 보호시설 아동 30명과 인근 지역 학생, 공무원 등 100여 명은 이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인다. 그나마 전기요금 걱정에 매일 오전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모아 찬 차브는 컴퓨터를 배운 뒤 뭐든지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는 “컴퓨터 덕분에 세상과 미래와 희망을 보게 됐다”고 코피온 자원봉사자에게 전했다.

삼성사회봉사단과 코피온이 네팔 카트만두에 공동 건립한 문화·복지센터. [코피온 제공]


삼성사회봉사단이 코피온과 함께 2005년 시작한 ‘지구촌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가 알찬 결실을 보고 있다. 삼성은 코피온을 통해 3년간 5억원을 캄보디아와 네팔·러시아·몽골·필리핀·우즈베키스탄·가나·아르헨티나에 있는 시민운동단체(NGO)에 지원했다. 코피온 이성현 선임간사는 “5억원으로 한국에선 큰일을 하기 힘들지만 지구촌의 여러 어려운 곳에서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말했다. 가령 코피온이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고 있는 네팔어 강좌는 많은 주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어디로 가는 버스인지 이제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내 아들이 무슨 숙제를 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요.” 한 수강생의 말이다.

삼성사회봉사단과 코피온은 문맹 퇴치 운동과 제3세계 NGO 지원 같은 사업을 한다. 삼성과 코피온은 문맹 퇴치를 위해 프놈펜과 카트만두, 러시아 연해주의 아시노브카 등 세 곳에 문화·복지센터를 건립했다. 이곳에서 빈민가정 직업훈련과 컴퓨터 교육, 한글 교실, 도서 대여 등이 이뤄진다. 3개국 문화·복지센터를 이용한 현지 주민과 청소년은 2만6000명에 이른다. 삼성은 문맹퇴치 운동을 위해 1억원을 배정했다. 또 인도와 가나 등의 현지 NGO들에도 자금을 직접 지원한다. 이 역시 많은 변화를 낳았다. 인도 콜카타 지역 NGO인 SHIS에 제공한 청각장애시설 덕분에 현지 장애 아동들이 난생 처음 기구를 이용한 청각 훈련을 받고 있다. 또 아프리카 가나의 NGO인 SAM에 지원한 발전기 덕택에 컴퓨터 수업 도중 전기가 나가는 일이 없어졌다. 삼성사회봉사단은 이처럼 코피온을 통해 해외 30여개 NGO의 40개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이희성 기자

◆코피온=외교통상부 등록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젊은이들이 해외 봉사와 구호활동을 통해 지구촌 시민사회 건설에 앞장 서는 것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재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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