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진흥기금 운용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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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무역진흥기금은 지난 69년부터 징수되기시작했다.징수 근거는 무역협회 .총회 결의'에 의한 것이었다.
외형적으로는.자율'이었던 셈이다.
수입품에 돈을 물림으로써 수입을 억제하는 한편 이 돈으로 수출진흥활동을 민간차원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도입 취지였다.
대상은 기름이나 곡물,그리고 소비재등 내수용 수입품.징수율은처음에는 수입대금(CIF가격 기준)의 1%였다.여기에다 무역협회 특별회비로 0.05%를 추가로 거뒀다.수입업자 입장에서는 1.05%를 물어야 했던 셈이다.첫해 징수액은 20억원.이 비율은 74년 0.55%(이하 무역협회 특별회비 0.05% 포함),80년 0.45%,82년 0.25%,90년 0.2%,92년0.14%(특별회비 0.04%로 조정)로 낮아졌다.
하지만 수입이 급증함에 따라 징수액은 80년 3백78억원,90년 7백27억원,95년 1천15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돈이 정부가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하는데 적지않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옛 상공부가 주축이 돼 각종 민간활동을 지원했다.80년대 중반 한.미 통상마찰이 심화됐을 때 정부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는비싼 외국 변호사의 선임도 이 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소기업 해외전시회 참가비 지원이나 시장개척단 파견을 비롯,무역자동화 사업도 이 돈으로 추진됐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상사중재원등에도 지원됐다.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역할에도 불구하고 말썽은 끊이지 않았다.본래 목적과는 다른 곳에 돈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 때도 돈이 나갔고,옛 상공부장관 판공비로도 지출됐다.91년에는 이 돈으로 외유를 다녀왔던 여야(與野)의원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쓰는 사람이 임자'였다.
때문에 80년대 들어서부터 국회가 열릴 때마다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이 돈이 무역협회의 .자산 불리기'에 쓰였다는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서울삼성동 무역센터를 비롯,홍콩.뉴욕센터,한국종합전시장등에 93년 5월까지 무려 1천6백93억원이 들어가 무협 재산이 된것으로 드러났다.당시만 해도 상공부와 무역협회가 .알아서'용도를 결정했고,사용 내용은 거의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대폭 손질이 가해졌다.정부는 93년 7월 개선방안을 내놓으면서 ▶97년 말까지만 징수하고 ▶자금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위원으로 관리운영위원회를 구성,관리토록 한다는 것.이 때부터 관리위원회가 통산부및 무 역협회가 제시하는.우선순위 기준'에 따라 사무국을 통해 지원대상을 정하고집행했다.
지난해 말 재정경제원이 무역업을 97년부터 신고제로 바꾸기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새 제도에 따라 수입면허제가 없어지게 돼 아예 현재 방식으로는 기금 징수 자체가 어려워진 것.
통산부등은 지원사업 차질등을 이유로 방법을 바꿔 97년말까지는 징수할 것을 요구했으나 재경원 주장에 밀려 폐지 시한을 1년 앞당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한편 이 돈의 사용에 대해 관리위원회 관계자는“관리 방식이 바뀐 이후에는 당초 목적과 다른곳에 한푼도 나가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96년의 경우 총징수액은 무협 특별회비를 포함해 모두 1천12억여원.이중 무협특별회비를 제외한 7백23억원을 내용별로 보면 ▶중소기업 해외전시회 참여 또는 시장개척단 파 견등 해외시장개척에 2백50억원 ▶무역자동화등의 사업에 1백93억원 ▶KOTRA.상사중재원등 통상유관기관에 대한 지원 1백2억원등이 포함돼 있다.

<김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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