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만에 밝혀낸 교통사고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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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심야에 과속운전으로 행인을 친 뒤 친구를 목격자로 내세워 피해자 잘못으로 사고원인을 조작했던 운전자가 피해자의 추적으로 새로운 목격자가 밝혀지는 바람에 검찰에 붙잡혔다.
서울지검 형사1부 진경준(陳炅準)검사는 21일 장성규(張成圭.28.서울광진구화양동.회사원)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서울관악구봉천동 영락의원 네거리에서 승용차를 몰고가던 張씨가횡단보도를 건너던 제화회사 직원 姜준석(45.서울관악구봉천동)씨를 친 것은 지난 10월3일 오전1시30분쯤.
姜씨는 오른쪽 어깨.골반.다리등이 부러지는 중상(전치16주)을 입어 운전자 張씨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사고원인이 빨간불을 무시하고 길을 건넌 자신 탓으로 마무리될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고 하루만에 목격자를 자처하며 나타난 李모(25)씨의 증언은 姜씨에게 치명적이었다.
李씨는 경찰에서“오토바이로 횡단보도를 건너다.꽝'소리가 나 뒤돌아보니 보행신호는 빨간 불이었고 쓰러진 姜씨는 만취상태였다”고 진술했던 것.
이에따라 경찰은 張씨에 대해 안전운전의무 위반 혐의만을 적용,.공소권 없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뒤늦게“무단횡단 사고이므로 치료비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는 보험회사의 통보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姜씨는 지난달 18일“張씨가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사고현장에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사건을 배당받은 陳검사는 시속50㎞로 달렸다는 차가 지나치게부서진 점과 비가 많이 내리던 날 오토바이로 산책중이었다는 목격자 李씨의 진술에 의문을 품고 현장 재조사에 나섰고 진짜 목격자가 나타났다.현수막을 본 韓모(41.여)씨가 검찰에 출두,“당시 사고소리에 차를 세우고 뒤돌아보니 보행자 신호등 녹색불이 깜박거리고 있었다”는 결정적 진술을 했다.
韓씨는 또 뺑소니에 대비해 5분여동안 현장을 지켜봤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검찰의 추궁끝에 목격자를 자처하던 李씨는“술친구인張씨의 부탁을 받고 거짓말을 했다”고 자백했고 소환에 수차례 불응하던 張씨는 16일 검거됐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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