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오바마, 한국 얘기 경청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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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주최 포럼에 참석해 ‘미국 신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과 한·미 관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7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은 한국 국민과 정부가 원하는 것을 경청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대 국무장관이었음에도 미 대선 막판인 지난달 19일 민주당 오바마 후보 지지를 선언해 ‘오바마 승리’에 일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 강연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한국에 솔직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 생각만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 중 논란이 됐던 미국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적 접근을 시사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후에 파월 전 장관을 청와대에서 접견해 “(오바마 후보의 당선으로) 미국이 새롭게 한 단계 변화하고 발전할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바마 당선인이 몇 가지 긴급조치를 취하면 심리적 안정으로 미국 경제의 회복 기간도 예상보다 단축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파월 전 장관의 이날 강연 요지.

◆왜 오바마를 택했나=“나는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 25년 친구 사이다. 다들 친구 대신 왜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는) 모험을 했느냐고 물었다. 오바마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전쟁에서 군대를 이끌듯 뛰어난 인재를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는 백악관에서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판단을 제때 내리지 못하면 안 된다. 뛰어난 판단력을 지닌 오바마 당선인은 전환기를 이끌 지도자다.”

◆미국에 미칠 영향은=“(개표 당일) 홍콩에서 마음을 졸이며 TV 앞에서 개표를 지켜봤다. 예상된 결과였지만 (당선 확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나도 아내도 눈물을 흘렸다. 미국은 대선으로 하룻밤 사이 완전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민주주의가 진보했다는 점에서 다같이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하와이에서 케냐 출신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네시아에서 교육받은 흑인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미국의 선조들이 원했던 나라가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여기에 답을 낸 것이다.”

◆한·미의 북핵 대응은=“북한은 핵무기나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핵화가 될 때 전 세계가 북한을 받아들인다. 비핵화를 위한 협상은 쉽지 않지만 계속 노력해야 한다. 오바마 당선인도 이런 원칙하에서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관계국들은 6자회담 틀 안에서 한목소리를 낼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인내심을 갖고 협의를 토대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난관은=“나는 한·미 FTA를 전폭 지지한다. 하지만 협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될지, 수정돼 통과될지 나로선 알 수 없다. 오바마 당선인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에 무관심할 수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무엇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의 얘기를 들으려 하고, 미국 생각도 성심성의껏 설명할 것이다. 한·미 간 쇠고기, FTA 이견을 얘기하는데 전체 중 2% 문제가 있다고 해서 한·미 관계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좋은 때와 어려운 때를 함께 겪은 친구다.”

이날 강연에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 박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박동진·공로명·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최상연·채병건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파월 전 장관은=1970년대 주한미군 2사단 장교로 동두천에서 근무했다. 자메이카 이민자의 2세로 91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 당시 미국 합참의장이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이었지만 행정부 내 네오콘과 달리 대외 정책에서 상대적 온건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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