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고바야시와 장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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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6강전>

○·장 리 4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제1보(1~16)=장리(張立) 4단은 1987년생으로 지난해 전국 개인전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중국에선 이런 정도의 신인은 거짓말 좀 보태 발로 차일 정도다. 이번 삼성화재배에선 지난해의 호성적으로 통합예선에 참가하게 됐고, 결승에서 최명훈 9단을 이겨 세계 32강이 겨루는 대망의 본선에 합류했다. 선수 지명 때 그가 선택한 카드는 일본의 노장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日) 9단. 조치훈 9단과 자웅을 겨루며 일본 바둑의 한 시대를 구가했던 고바야시도 어느덧 나이가 56세. 이번 대회엔 주최 측 ‘와일드카드’로 참가했다. 선수 지명 때 젊은 기사들로부터 ‘최약체’로 노림 받더니 결국 한 판이라도 꼭 건지고 싶었던 장리가 맨 먼저 지명하고 나선 것이다. 대국 결과는 장리가 2집 반을 이겼다. 오랜만에 정열을 쏟아 부었으나 우세한 바둑을 놓친 고바야시 9단. 허허롭게 웃던 그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장리의 다음 상대는 다름아닌 이세돌 9단이다. 운 좋은 젊은이다. 첫 대회에서 본선까지 6연승이나 했고, 이름이 하늘을 찌르는 이세돌 9단과도 대국하게 됐으니 말이다. 흑을 쥔 이 9단은 9와 11의 화려한 포진을 들고 나온다. 12의 침공은 좁은 곳이지만 시급한 수. ‘참고도’ 백1처럼 여유 있게 다른 곳을 두다가는 2, 4로 눌려 대세력을 허용하고 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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