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 릴레이 인터뷰 ③ 오카야마 히로시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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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승리라기보다 오바마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배경에는 대선이 역사의 전환점에서 실시됐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일본 게이오(慶應)대 오카야마 히로시(岡山裕·36·미국역사·사진) 교수는 5일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 배경을 이렇게 해석하면서도 “오바마에게는 미국 내 흑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미국 코넬대와 일본 도쿄대에서 수학한 오카야마 교수는 미국 공화·민주 양당과 미 대선을 연구한 전문가다. 오바마의 당선을 예측했던 그는 “오바마 정부가 부시 행정부가 남긴 숙제들을 신속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미국 대통령의 파워는 ‘설득의 파워’라는 말이 있다. 선거공약 때 수많은 정책을 내세웠지만 결국 이를 집행하기 위해선 의회와 여론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미국 정치에서 공약이 집행되는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갖고 있지만 입법은 국회 몫이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집권한 뒤 얼마나 개혁할지는 알 수 없다. 금융위기 여파로 재정 여건이 어렵고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오바마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것이다.”

-새 정권에는 어떤 인물들이 기용될 것으로 보나.

“선거 유세에서 밝힌 것처럼 초당파 인물들을 기용할 가능성이 있다. (부시 행정부 1기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콜린 파월은 이미 오바마를 지지했다. 이런 초당파 등용은 대외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의회에서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 금융위기 대처를 위해 신속한 법안 처리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오바마는 서유럽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운동 때도 유럽을 방문해 유럽 중시 의향을 내보였다. 일본·한국과의 기본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북한 문제는 누가 외교 정책의 브레인이 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클린턴 정부의 일부 인물이 다시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부시 정부에서는 강경파와 온건파들이 총력을 다했지만 결국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북 문제를 담당할 인물에 클린턴은 물론 카터 정부의 인사까지 기용할 수도 있다. 이들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문제도 숙제인데.

“이들 두 개 지역에 14만~15만 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오바마는 처음부터 이라크 전쟁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얼핏 평화주의자로 비춰지지만 테러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줄이고 이라크 정부에 맡기자고 한 것은 미군 병력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려 탈레반 격퇴에 집중하자는 복안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의 헤게모니(주도권)에도 변화가 있지 않겠나.

“부시 정부를 끝으로 미국의 독단주의가 종말을 고했다고 보면 된다.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란과 북핵 문제도 숙제로 안고 있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북한 등 다른 지역에서는 운신의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동맹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의존도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불안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발호에 대해선 당분간 상황을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어떻게 해결할 것으로 보이나.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사이에 역사상 유례없는 동시 금리 인하 등 정책 협조가 이뤄졌다. 15일 워싱턴에서 모이게 될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선 정부 간 정책 협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미국식 자본주의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G20 회의를 계기로 ‘포스트 아메리카’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졌다. 미국도 새 대통령이 허점을 드러낸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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