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패러디劇 "햄릿""해피 엔드"등 3편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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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 작품을 놓고 연출자들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보면 재미있는 착상을 한다.
이때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 패러디 혹은 뒤집어보기다.어려운 원작을 쉽게 풀기도 하며 더욱 복잡한 구조로 꼬아내기도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세 작품은 이런 시도가 아주 신선하게 적용돼 마음 편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극단 은행나무가 선보인 마로위츠의.햄릿'(97년 2월28일까지.은행나무극장)은 영국 연출가 찰스 마로위츠가 65년 셰익스피어의.햄릿'을 재해석해 세계적인.공인'을 받은 작품.이윤택등우리 연출가 중에서도.햄릿'에 칼을 대 색다른 무대를 만든 적이 있어 그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잔혹극+실험극'형식으로 햄릿이란 인물에 대한 기존관념을 깬다..비극적 영웅상'이나 고매한 왕자가 아닌 그저 한인간의 모습 그대로다.
오필리아와의 관계도 가련한 여인을 농락하는 호색한으로 그려지며 내용 전개 또한 사건의 순차적 나열이 아닌 자유분방한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채롭다.실험극장 조연출 출신 윤우영의 연출 데뷔무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해피 엔드'(22일~97년 2월2일.동숭소극장)는.소외효과'이론의 주창자 베르톨트 브레히트란 무거운 짐을 벗는 무대.관객과 공연 사이의 거리감을 일깨워 연극이.의식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딱딱한 이론과는 거리가 있다.
29년 도로시 레인 원작.브레히트 작시(作詩)의 재미있고 유쾌한 소품 뮤지컬이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구성을 연출자 김대현은 우리식으로 완전히 뒤바꿨다.크리스마스 3일 전부터 당일 자정까지 살인사건을 놓고갱단.불나비파'일당과 경찰.구세군이 벌이는 추적극.행동대장.번개'의 처형 직전 구세군.변해도'대위와.불나비' 가 부부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행복한 결말(해피 엔드)로 끝난다.
한양레퍼토리는 이런 패러디극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신생극단.호평작으로.사천의 착한 여자'(90년)와.심바새메'(93년) 등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패러디의 좋은 대상이 된다.인천시립극단은 이 작품을.노미오(盧美吾)와 주리애(朱利愛)'(24일까지.
인천종합예술회관 소공연장)로 번안,공연중이다.
연출자 이승규는 영국 엘리자베스시대와 조선 후기의 봉건적 유습이 비슷한 점에 착안,배경을 당쟁이 심했던 조선 후기로 옮겼다.남녀의 사랑이 당시의 세시풍속과 결혼식.장례절차등 시각화를통해.풍습민화극'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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