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짓다만 文藝회관-地自體들 무리하게 착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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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하다 도중에 공사를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주민을 위한 지역 문화공간을 확보한다는 의욕만 앞세워 확실한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착공하거나 재정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규모를 늘리는 바람에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 때문에 주민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전남여천시는 시청사 바로 옆에 종합문화예술회관을 짓고 있다.
총 5천여평의 부지중 1천5백여평에 지하.지상 각 3층(연건평7천1백여평)으로 1천석짜리 대극장과 2백석의 소극장등을 갖추는 웅대한 규모.92년11월 착공됐으며 97년말 완공이 목표다.그러나 공사진척은 이제 겨우 지하 골조공사만 대충 끝나 가는단계.그나마 내년말에는 공사가 중단될 운명이다.
정채호(丁埰鎬)여천시장은 15일“내년말까지 지하층만 완공한 뒤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주차장과 무대시설이 들어가는 지하층 공사만 마무리한 채 상판을 덮어 지상공간을 주차장과 야외공연장등으로 사용하고 본건물은 재정여건등이 나아 지면 재추진하겠다는 것이 여천시의 구상.공사재개는 기약이 없다.
지금까지 문예회관공사에 들어간 돈은 시비 70억원,국비 13억원,문예진흥기금 5억원등 88억원.내년에 8억원을 더 쓸 예정이어서 지하층 공사에만 총 96억원이 들어가 무용지물이 되고말 공사에 1백억원 가까운 시민세금이 땅속에 묻히 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공사중단 원인은 한마디로 과욕.인구가 8만명에도 못 미치는 여천시는 91년 문예회관 기본설계 당시 연간예산이 2백70억여원(일반회계)에 불과했는데도 3백20억원이나 드는 대규모사업을무리하게 벌였다.
전남나주시가 91년 착공한 문화예술회관 신축공사도 외형만 대충 갖춘 상태에서 94년초부터 중단돼 3년째 방치되고 있다.설계변경등으로 객석을 5백석에서 8백석으로 늘리면서 사업비가 53억원에서 91억원으로 늘어났지만 추가 국고지원이 끊어지고 자체 예산마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북부안군도 74억원을 들여 부안군부안읍서외리 6천3백10평의 부지에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1천5백94평규모의 예술회관을 건립할 계획으로 94년10월 착공했으나 올해 예산 2억5천만원이 확보되지 않아 공정 47%에서 1년 동안 공사가 중단됐다.

<광주=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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