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는 벌써 ‘그린 테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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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역시 한 발 빨랐다. 5일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에 앞서 증시는 움직였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21.9% 올랐다. 코스닥 지수는 28.3% 급등했다. ‘변화’를 앞세운 오바마가 세계 금융위기를 타개할 것이란 기대감이 겹치면서다. 특히 ‘오바마 수혜주’로 분류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목들은 많게는 100%까지 올랐다. 일부에선 오바마 집권을 계기로 증시에 ‘그린 버블’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오바마 당선으로 제약·바이오·정보기술(IT) 산업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봤다. 동양종금증권은 국방산업·주택관련 업종 등을, 하나대투증권은 인프라 사업 확충을 고려해 통신장비·전선업체를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했던 IT·바이오(BT)·나노(NT) 등 신기술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마다 추천주가 엇갈리지만 모두 유망하다고 꼽는 테마가 있다. 신재생에너지다. 오마바 당선자는 10년간 1500억 달러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미국 총 전력의 25%를 신재생에너지로부터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미국도 온실가스 감축 의무 대상국에 포함될 것”이라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풍력, 그중에서도 풍력 단조부품 업체다. 이들 업체는 조선 부문의 단조 기술을 활용, 풍력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연구원은 “전 세계 풍력 단조품 1위 기업인 태웅, 풍력 부문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용현BM이 오바마 집권의 최대 수혜주”라고 주장했다.

태양광 관련주도 있다. 폴리실리콘(태양광 발전원료)을 생산하는 동양제철화학이 해당된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활용, 태양전지 장비 부문 매출을 늘리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오바마 바람’을 타고 급등했다. 용현BM·동국산업은 최근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두 배가 됐다.

하이브리드카 관련주로 분류되는 삼화전기·삼화전자·삼화콘덴서는 3일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최근 코스닥지수를 밀어 올린 것도 이들 ‘그린 테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다. 아무리 강력한 테마라도 2000년 IT, 2005년 바이오 때처럼 버블에 이은 붕괴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정근해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검증되지 않는 한 테마주가 급등세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며 “단기 차익을 노렸다간 손실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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