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허공에 장담한 36년만의 우승-아시아축구선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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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한국축구가 추락하고 있다.
.아시아의 호랑이'를 자처해온 한국은 제11회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36년만의 우승을 당연한 목표라고 장담해왔다.그러나예선 3경기에서 한국은 결과는 물론 내용에서도 호랑이의 흔적조차 내비치지 못했다.첫 판부터 삐그덕거린 한국은 11일 쿠웨이트와의 A조예선 최종전에서 시종 졸전끝에 2-0으로 완패,조3위로 굴러떨어져 우승은커녕 제힘으로는 8강조차 넘보지 못하는 참담한 처지에 놓였다.
아시아 최강이라던 한국축구가 어쩌다 8강행 티켓을 얻는데도 남의 눈치를 살펴가며 숨을 죽여야 하는 지경이 됐는가.아랍에미리트와의 첫 경기를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1-1)로 마감한 한국은 인도네시아전에서 상대를 얕잡아보다 골득실차 확대찬스를 날려버리더니(4-2승) 쿠웨이트전에서는 심할 경우 무려 9명을수비수로 기용하는등 승리에 대한 집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경기를 펼치다 망신을 당했다.
박종환감독이 꼽고있는 부위기에까지 몰리는 처지가 됐다.
한국대표팀은 11일 A조 예선 최종전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거듭한끝에 2-0으로 완패,4개팀중 조3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은 이날 쿠웨이트를 맞아 고정운(일화).황선홍(포항)을 빼고 나머지 9명을 모두 수비형 선수로 기용하는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구사하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했다.
박종환감독이 꼽고있는 부진의 이유는 ▶무리한 일정에 따른 선수들의 체력저하▶심판의 편파판정이다.그러나 어느 것도 한국의 무기력한 플레이를 설득력있게 설명하지 못하는 궁색한 답변이라는지적이다.
박감독은 우선 이번 대회들어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기용과 선수관리로 큰 우려를 자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매경기 스타팅멤버와 포지션에서 가장 큰변화를 보였다.다른 팀들이 베스트11을 거의 고정했던 것과 대조적이다.그만큼 팀이 안정감을 잃었다는 것이다.박감독은“2~3개 포지션에 적응이 가능한 선수들로 구성됐다”고 했지만 선수들은 잦은 포지션 이동에 혼란스러워 했고 만족스럽게 적응해낸 선수는 거의 없었다.
결국 예선 세경기가 모두 안풀렸다면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선수들의 과도한 불만도 패인중 하나로 꼽을수 있다.정규리그가 끝난뒤 휴식없이 계속된 무리한 일정이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 들 대부분이비슷한 상황이다.
또 잦은 포지션 교체와 팀 운영스타일에 불만이 쌓일 수 있다하더라도 국제대회에서 마치 경기 끝날 시간만 기다리는 듯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수긍하기 힘들다.이때문에 무엇인가팀내 불화가 있어 적전 분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있는 것이다.협회도 그동안 무사안일 주의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면할수는 없다.
한편 11일 벌어진 B조예선 사우디아라비아-이란 경기에서는 이란이 3-0으로 승리했다.
[아부다비(UAE)=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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