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北者 잇따르자 부담-홍콩 망명처리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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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슬아슬 유지되던 탈북자 인도문제와 관련한 한국.홍콩간의 협조체제가 깨질 위험에 처했다.홍콩정청이 그동안 양측의 협력을 위해 제시했던 전제조건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탈북자 처리방안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탓이다.
이같은 홍콩정청의 움직임은 우선 김경호씨 일가에 대한 성급한한국언론의 보도가 화근이 됐다.탈북자 처리와 관련해 한국과 홍콩은 95년11월 홍콩에서 밀약을 맺었다.탈북자들이 홍콩 밀입국에 성공한 뒤 ▶한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고 ▶한국이 이들을 수용할 의사가 있으며▶이같은 사실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을경우에 한해 홍콩정청은 탈북자의 한국송환에 협조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들 탈북자는 한국입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탈출한 동포지만 홍콩정부에는 문젯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홍콩은 탈북자들이 망명을 신청할 경우 단지 인도적 입장에서 한국송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왔을 뿐이다.북한의 항의를 받는 중국의 거센 압력을 물리치고,또 사회적으로는 홍콩인들의 값비싼세금으로 북한인들을 감호소에 체류시킨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홍콩당국의 입장에서 탈북자 처리는 어쨌든 힘겨운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그나마 언론에 탈북자사건이 크게 취급되지 않을 경우 홍콩정청은 이같은 비난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두명도 아닌 수십명의 탈북자들이 홍콩으로 넘어왔고 또 97년의 홍콩반환전 중국에서 떠도는 1천~2천여명의 탈북자들이 대거 유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점이 홍콩에서 제기되자 홍콩정부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게 됐다 .
“탈북자를 동포애에 입각해 인도적 입장에서 받아들인다는 한국이 왜 탈북자소식을 항상 대서특필해 북한의 잔류가족들이 처형당하게 하는 이율배반적이며 비인도적인 행동을 하는지 그 속셈을 짚어 봐야 한다”는 홍콩의 한국전문가 이야기는 시 사하는 바가크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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