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한 달 새 274억 달러 급감 … 정말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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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사상 최대 감소=한은에 따르면 10월 말 외환보유액은 지난달보다 274억2000만 달러 줄어든 2122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4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다. 특히 10월 감소분은 이전 6개월 감소분을 합한 것(245억7000만 달러)보다 큰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 외채가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0% 선에 달했다.

한은은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외환시장이 불안해지자 보유 외환을 시장에 풀었다. 특히 지난달 21일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경쟁입찰 방식으로 스와프 시장에 47억 달러를 투입했다. 정부도 스와프 시장에 100억 달러, 수출입은행을 통해 50억 달러를 각각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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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외의 다른 통화로 보유한 외화 자산의 평가액이 줄어든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로·파운드화 등이 달러에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로 표시된 외화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으로 어떤 통화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비공개다. 다만 지난해 말 달러 자산 비중이 외환보유액의 64.6%여서 나머지 35.4%는 유로화 등 다른 통화 자산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은 김윤철 국제기획팀장은 “여전히 세계 6위의 외환보유국으로 대외 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다”며 “연말까지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될 것” vs “계속 줄 것”=전문가들은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 이후 불안심리가 진정되고 외화 조달에도 숨통이 트인 만큼 더 이상의 외환보유액 급감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달러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만큼 감소세가 계속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경제연구본부장은 “과거 몇 달간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커진 게 외환보유액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며 “그러나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이후 상황이 달라졌고, 월간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는 등 호재가 많아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신세돈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계속 회수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국인 자본 유출을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고, 시중은행들의 해외 차입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대안은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헐어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위원은 “한·미 통화 스와프로 급한 불을 껐기 때문에 앞으로는 외환보유액이 많이 줄어들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일 원-달러 환율 26원 올라=외환보유액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에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불안심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6.0원 오른 12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이후 ‘사자’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4473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도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불안감은 이날 스와프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1년 만기 통화 스와프(CRS) 금리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떨어져 -0.3%를 기록했다. CRS 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원화를 건네주고 달러를 빌려 오면서 이자를 얹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달러 구하기는 힘들고, 원화 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환 딜러들은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막힌 상황에서 외환보유액까지 급속도로 준 게 시장의 불안심리를 건드렸다고 말한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 당국이 달러를 공급하고 있으나 오히려 외환보유액만 축내고 있다는 불안심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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