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경기 무색한 연말 過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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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일부층은 불황을 모른채 흥청대고 있다.백화점마다 발 디딜 틈없이 붐비고 수입의류나 고급 골프채세트,고급 양주 등 비싼 수입물품일수록 더 잘 팔리고 있다.일류호텔 연회장이나 고급 전문음식점들은 내년의 대 통령선거 영향인지 동창.망년회 등으로 대부분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망년회만 흥청대고 있는게 아니다.신년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몰려 제주 등 유명 관광지의 일류호텔과 비행기편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한다.
입만 열면 불경기라면서 소비에는 이렇게 흥청망청인 것은 정말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다.불경기가 사실이라면 그런 속에서도과소비가 이렇듯 극성을 부리는 것은 일종의 병리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통계청의 발표를 봐도 요즘 우리들의 씀씀이가 분수에 넘치게 커진 것만은 확실하다.지난 1년간 가구당 평균소득은13.3% 증가했으나 소비지출은 17.2%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소비지출증가가 소득증가를 넘는 현상은 8 8년 호황이래처음이라는 것이 통계청의 해석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현재의 소비성향이 정상이 아님을 스스로도 알고있다.한국개발연구원(KDI)산하 국민교육연구소가 실시한 소비의식조사결과를 보면 국민의 93%가 현재의 소비를.과소비'로 보고 있다.또 그 과소비가 일부 부유층의.과시적 소비'와 중하류층의.모방적 소비'가 겹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전문가 뺨치는 진단도 하고 있다.
현상을 알고 그 현상의 원인도 이렇듯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무엇 보다도 절실한 것은 모두가 우리 사회의 경제적 형편을 고려해 자제의 슬기를 보여주는일이다.정부부문이 앞장서야할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과시적 소비의 주체인 부유층이 특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또 모두가 괜한망년회나 쓸데없이 호기를 부리는 망년회는 삼가는등 나라형편에 걸맞는 차분한 연말연시를 계획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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