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 '謝過'에 담아야 할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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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외교부의 이형철 미주국장이 8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잠수함사건의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공식적으로는 미.
북(美.北)간 문제 논의를 위한 방문이라고는 하지만 이형철은 이미 지난 11월 미국과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잠 수함사건에 대한 사과용의를 표명했다는 장본인이라 이번 접촉의 주된 목표 역시 같은 내용으로 보인다.당시 북한이 제시했다는 사과수준은 우리 정부가 고려할 가치조차 없을 만큼 원론적이고 모호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져 경색국면을 풀어나갈 해결책이 나오기를 우리로서는 기대하는 심정이다.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정부의 접근방법도 유연성을 갖게 됐고,북한측도 잠수함사건을 매듭짓지 않고는 식량문제.에너지문 제.미국과의관계개선 등에 진전이 없을 것임을 확실히 인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우리 정부와 미국측은 북한이.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이다'는 정도의 뜻을 표명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돼있다.남북한과 미국의 3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먼저 이런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잠수 함 승무원들의 시체 인도를 요청하는 형식까지 상정하고 있다.
잠수함 침투직후의 국민감정을 생각하면 이런 정도로 매듭짓는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던 일이다.그러나 그런 내용에서나마 구체적은 아니더라도 불미스러운 일의.원인제공자'가 어느쪽인지 알 수있는 표현은 있어야 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그런 일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적어도 95년 7월 우리쌀 수송선 시 아펙스호의 인공기(人共旗)게양사건이 있은후.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데 대해 언명합니다'고 북한측이 사과했던 수준 이상은 돼야 한다.
물론 북한이 어느 정도의 유감표명을 할지는 알 수 없다.미국을 통해 버티면서 우리의 양보를 고집할 가능성도 크다.우리 정부와 미국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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