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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류머티즘 관절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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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머티즘 관절염은 손가락·손·발·손목·발목·무릎 등 여러 관절이 아프고 붓는 괴로운 질환이다.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활액막)에 염증이 생겨 연골과 뼈가 파괴되는 것이다.

‘뼈 마디마디가 쑤시는’ 이 병 치료의 요체는 약이다. 발병 직후부터 약을 써서 염증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류머티즘 환자에게 처방된 첫 번째 약은 1세기 전에 개발된 아스피린이다. 약점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것. 이런 부작용에 견디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개발된 약이 비(非)스테로이성 소염진통제(NSAIDS)다.

1990년대엔 위장장애를 크게 줄인 두 소염진통제가 나왔다. 셀레브렉스와 바이옥스다. 이 중 바이옥스는 장기복용 환자에게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이유로 2004년 퇴출됐다.

류머티즘 환자만을 위한 최초의 약은 90년대 말에 개발된 아라바. 그 이전엔 말라리아 치료제·금(金)제제·설파살라진 등 원래는 다른 용도로 만들어진 약들이 류머티즘 치료에 동원됐다.

심지어 항암제도 류머티즘 치료에 사용됐다. MTX(메토트렉세이트)라는 항암제는 지금도 류머티즘 치료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 중 하나다(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

류머티즘 환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가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약도 있다. 50년대에 등장한 사상 최강의 염증 억제약인 스테로이드다. 면역기능을 떨어뜨리는 심각한 부작용 탓에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최근 류머티즘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은 엔브렐·레미케이드·휴미라 등 바이오 약이다. 이 약들은 염증 반응의 첫 단계에서 시동을 거는 물질인 종양괴사인자(TNF-α)를 억제한다. 염증을 초기부터 ‘잡는’ 것이다.

바이오약은 종양괴사인자를 수용체로 잡는 약(엔브렐)과 항체로 잡는 약(레미케이드·휴미라)으로 나눌 수 있다. 엔브렐의 성분명(에타너셉트)이 셉트(cept)로 끝나고, 휴미라(아달리무맵)와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의 성분명이 ‘맙’(mab, 단클론항체란 뜻)으로 끝나는 것은 이래서다.

바이오약 중 맏형 격인 엔브렐(와이어스사 개발)은 9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1만3894명의 환자에게 엔브렐을 24주간 주사했는데 84.3%가 치료 효과를 얻었다는 시판 후 임상 결과가 올해 아시아·태평양류머티즘학회에서 발표됐다.

휴미라(애보트사)는 인간에서 유래한 항체를 사용하는 데 비해 레미케이드(쉐링 프라우사)는 사람과 쥐에서 얻은 항체를 쓴 제품이다.

세 바이오약 모두 주사약이다. 엔브렐과 휴미라는 피하주사이므로 환자가 직접 주사를 놓을 수 있지만 레미케이드는 정맥주사여서 반드시 병·의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들 바이오약은 효과가 기존의 약보다 월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약을 주사한 뒤 “인생이 바뀌었다” “너무 행복하다”고 표현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한계와 약점도 있다. 이미 관절이 크게 손상된 사람에겐 약효가 제한적이고, 약가가 기존의 먹는 약에 비해 5~10배나 비싸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약들은 신체의 면역력을 억제해 약효를 발휘하므로 감염은 물론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

한편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의약품 경제성 평가 및 결과 연구회’(ISPOR)에선 엔브렐과 MTX를 함께 투여하면 류머티즘의 진행을 억제할 뿐 아니라 환자와 정부 모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주목을 끌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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