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一家 집단탈출 김경호씨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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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을 탈출한 金경호(62.함북회령시남문리)씨는 남한출신이라는 이유때문에 가해지는 정치적 박해와 식량난등에 염증을 느껴 탈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씨는 서울에서 살던중 6.25당시 인민군에 끌려갔다.金씨는전쟁이 끝난 후 현재의 부인 崔현실(57)씨와 결혼,평양에 살았으나 57년 남한출신이란 이유 하나로 함북회령시 근처 농업지구로 추방됐다는 것이다.그후 가족 모두가 회령시 공업지구 공장노동자로 소속이 변경돼 일해왔다.
金씨는 평양에서 추방당한 후 자녀교육에 불이익을 당했을 뿐 아니라 자녀결혼등 사사건건 손해와 박해를 받았다.
특히 金씨 일가는 지난 94년 김일성(金日成) 사망직후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기도 했다.이와관련,金씨의 부인 崔씨는 김일성사망 당시 병에걸려 문병온 이웃 주민에게 미소를 지었는데“어버 이 수령 상중에 웃었다”는 이유로 심한 고초를 겪었다고 말했다.
金씨는 홍콩 이민국에서의 진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출신성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북한 당국의 억압이 심해진데다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북한 식량난과 관련,金씨는 회령지방에서는 하루에 20명정도의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군인들 조차 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으며 이에따라 당국의 주민통제력은 바닥에 이르렀다는 것. 특히 금년들어서는 유랑객들이 급격히 많아졌다는 金씨의 전언이다.이들 유랑객은 길가에 비닐움막을 집단적으로 설치,임시거처로 삼아왔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역 대합실을 전전하고 있다는 것. 金씨는 인민의 천국으로 선전하고 있는 북한에서 엄청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식량난이 가중되는 현실에 직면한 많은 주민들이 북한의 허위와 위선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탈북자가 계속 늘어날 상황이라는 것이다.한편 당국의조사결과 金씨의 가족은 한국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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