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한마당 참가 사할린 교포3세 손나자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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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가는 눈매를 보고 있으면 여리디 여린 소녀다.
그러나 사할린에서 온 교포3세 손나자(15)는 태권도 2단이다.유즈노사할린스크로 돌아가면 곧 진급심사를 통해 3단이 된다. “3단 따는 것 자신있어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88체육관에서는 태권도인의 큰잔치.96태권도 한마당'이 벌어졌고 손은 지난해에 이어 사할린동포선수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사할린을 비롯,중국.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등에서 참가한 42명의 동포선수들중 가장 어린 손나자는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깜찍한 나자양이 외국인과 해외동포가 참가하는 품새부문1위를 차지하고 호신술 경연에서도 날렵한 동작으로 6명의 치한을 격퇴하자 관중들은 물론 동료들마저 혀를 내둘렀다.
6년째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그녀는“태권도가 갈수록 재미있다.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에 와 상도 타니 더욱 신난다”고 한다.
“88년 서울올림픽이후 사할린에도 태권도가 알려졌어요.우연히학교게시판에 태권도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나의 뿌리를알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손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것도 잘 알고 있다.한창 감수성이 예민하고 꿈에 부풀 나이인 손이 올림픽메달리스트의 영광을 모를리 없다.
“사할린은 태권도 열풍이 불고 있지만 모국인 한국에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한국선수들과 함께 기량을 연마할 기회가 자주 왔으면 좋겠어요.” 조국에 대한 갈증을 태권도로나마 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볼수록 당차기만하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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