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현실>GDP.GNP차 클수록 속빈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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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제지표중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생산(GNP)이 훨씬널리 알려진 용어다.그러나 최근 들어 생소한 GDP가 터줏대감격인 GNP를 몰아내고 안방차지를 했다.경제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다. GDP와 GNP는 모두 한 나라의 경제활동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지표다.
다른 점은 문자 그대로 GDP가 일정기간에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계를,GNP는 영토에 관계없이 한 나라의 인력이나 자본등 생산요소들이 일정기간에 생산해낸 부가가치의 합계를 가리킨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GDP가 국내 경제사정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판단에 따라 94년부터 이를 사용하고 있다.
GNP는 GDP에 우리가 밖에서 벌어들인 돈을 더하고,외국사람들이 한국에서 번 돈을 뺀 것을 말한다.GDP와 GNP의 차이를 전문용어로 대외순수취요소소득이라 한다.
우리가 해외투자로 벌어들이는 돈이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에서 벌어가는 돈보다 많으면 GNP가 GDP보다 크게 된다.일본이나영국처럼 대외투자가 많은 부자나라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유엔이 새로 정한 통일 기준에 따라 국민소득을 산출하기 시작한 70년 이후 월남에서 벌어들인 돈이많았던 70년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항상 GNP가 GDP보다 작았다.외국자본과 기술을 끌어다 경제를 돌려온 성 장패턴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제수지 적자가 쌓여 외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바람에 GDP와 GNP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91년 GDP와 GNP의 격차는 1조5천억원선에서 95년에는 3조원대로 5년만에 두배로 벌어졌다.
올해는 국제수지 적자폭 확대로 외채규모가 더욱 커져 이 격차도 더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세 분기에 우리가 해외에서벌어들인 요소소득(경상가격 기준)은 피용자 보수(임금)가 3천9백88억원,기업및 재산소득(이자.배당.로열티등)1조8천8백99억원등 총 2조2천8백87억원.
반대로 해외로 내준 돈은 피용자 보수 1천45억원과 기업및 재산소득 4조6천5백38억원등 총4조7천5백83억원으로 두배가넘는다. 이에따라 GDP와 GNP의 격차는 2조4천6백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났다.
이 기간의 우리 경제 성장률(GNP기준) 6.8%를 크게 웃돌고 있는 것.

<그림 참조> 이같은 격차는 곧 우리 국토 안에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우리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격차가 커질수록 우리 국부(國富)의 해외유출이 심해지는 셈이며,우리 경제의 실속이 그만큼 없어진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에서 GNP가 GDP보다 커지는 날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국제수지 적자와 외채를 줄여 GDP와 GNP의 격차를 줄여가야 한다는 인식은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손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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