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후쿠오카국제마라톤 우승자 이봉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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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그냥 걷기도 벅찬 눈보라 속에서 짜릿한 2시간10분48초의 논픽션드라마를 엮어낸 챔피언은 하늘을 날고 있다.2일 오후1시45분 후쿠오카발 서울행 아시아나항공.“후쿠오카가 .행복의 언덕'이란 뜻이래”라고 말을 건네자“그러나 날씨가 그렇게 나빠서야….”청바지에 베이지색 스웨터 차림의 이봉주(26.코오롱)는아직도 우승의 기쁨보다 기록을 깨지 못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란히 앉은 정봉수감독은“그 날씨에 그 기록이면 최고다 최고.나는(2시간)12분에도 못끊을 줄 알았다”며 이봉주를 달랬다. .이봉주마라톤'을 아는 사람이면 마지막 트랙에서 따라붙는 알베르토 후스다도(스페인)를 보고 아찔했을 것이다.
막판 스퍼트가 약해 번번이 간발의 패배를 당했던 이봉주이기 때문이다.
“저도 놀랐어요.마지막 물 먹을 때(41㎞지점) 오인환 코치님이 스퍼트하라고 해 막 튀었거든요.숨소리도 안들리길래 안심하고 있었죠.그러나 후스다도가 바로 뒤에 따라붙었더라고요.” “봉주는 애틀랜타올림픽후 정말 연습 많이 했어요.60㎞나 뛰게 한 적도 있어요.”정감독이 이봉주마라톤의 달라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힘든걸 왜 하지요.” 챔피언의 마라톤철학이 궁금했다.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하는 거죠 뭐.쉽게 되는게 없잖아요.힘드니까 보람도 더 크고.그런데 1등 하고나면 곧 죽을 것같으면서도 또 뛰라면 더 잘 뛸 것같아요.” 턱수염에 대해 화제가 옮겨졌다.“이제 깎을 거예요.”“경기를 앞둔 한두달전부터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는데 버릇이라서.그래야 맘이 편해요.” “그나저나 그 돈 다 뭐해요.”“돈이오? 언제 거기 신경써요.”“쟨 진짜 돈 몰라요.허투루 한푼도 안써요..짠돌이'라니깐.”김순덕총무가 거들었다.
김총무가 대신 넣는 적금과 올림픽포상금,후쿠오카출전료.우승보너스를 합쳐 올해만 대충 3억원쯤 벌었다.올림픽행을 며칠 앞둔6월30일,막둥이 얼굴좀 보자고 석달여만에 성남 형집으로 올라온 어머니를 뵈러 가면서도 돈 한푼 안 쥐고 새 벽같이 숙소(서울대치동)에서 뛰어간 짠돌이,그리고 연습벌레.
“이제 돈도 웬만큼 벌었으니 힘든 운동 그만두는거 아닙니까.
” 도중하차한 황영조가 퍼뜩 떠올라 물어봤다.
“아이,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그는 목소리를 높이며시키지 않은 말까지 덧붙였다.“스피드를 더 올려야 돼요.2000년 시드니올림픽 월계관과 세계최고기록(현재 2시간6분50초.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경신은 물론 서른을 넘 길 때까지 선수로 뛸 겁니다.” “당장 내년에는 뭘 할겁니까.”“겨울훈련을 외국에서 했으면 좋겠어요.”대회출전 스케줄을 물었는데 훈련얘기부터 꺼낸다.
정감독도 맞장구.“나도 를 높이며 시키지 않은 말까지 붙였다.“스피드를 더 올려야 돼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월계관과 세계최고기록(현재 2시간6분50초.벨라이네딘사모.에티오피아)경신은 물론 서른을 넘길 때까지 선수로 뛸 겁 니다.” “당장 내년에는 뭘 할겁니까.”“겨울훈련을 외국에서 했으면 좋겠어요.”대회출전 스케줄을 물었는데 훈련 얘기부터꺼낸다. 정감독도맞장구.“나도 그래.(국내에서는)너무 추워 효과가 별로야.몸이회복되면 한두달정도 호주같은 곳에 가 스 피드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계획입니다.시드니는 날씨도 좋고 코스도 좋아 애틀랜타같은 레이스 방식으론 안되거든.” 풀코스마라톤 대회 출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 것같았다..많아야두번'스피드훈련 테스트용으로 하프마라톤이나 5천 .1만등 토막레이스엔 가급적 자주출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황영조를 어떻게 생각할까.다시 붙는다면….물어봐도 될까'“시드니는 올림픽이 아니라도 겨울훈련 장소로 최고”라는등계속되는 정감독의 얘기를 듣는 시늉만 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한솥밥을 먹은 동갑내기 친구이자 라이벌.엊저녁 폐 회식이 끝나고 정감독 방에서 가진 조촐한 파티에서도 슬쩍 떠봤지만“우리 친해요,정말”이 대답의 전부였다.오늘같은 날 너무 짓궂다 싶어꼬리를 틀었다.“황영조는 고려대 교육대학원 학생회장이 됐어요.
”“신문에 났더군요.”웃음실린 대답을 듣는 도중 안전벨트를 매라는 기내방송이 들려왔다.곧 비행기는 멈춘다.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기록경신과 자신과의 싸움을 위해….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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