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교과서 인체해부학 페른코프도감 유대인 시신이용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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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세계 의대생들의 해부학 교육용으로 널리 애용되어온 페른코프도감이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희생된 유대인들의 시신을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미국의학협회지에 페른코프도감의 이같은비인도성을 폭로하는 미국의사들의 글이 기고된 것을 인용,이같이보도했다.
컬럼비아의대 구강외과 호워드 이스라엘 교수를 비롯한 일단의 미국인 의사들은 이 도감에 실린 인체해부도가 모두 유대인 희생자들의 시신을 인위적으로 부검해 그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게다가 이 도감의 초판엔 나치를 상징하는 기호가 삽입 되기까지 했다는 것.
시신의 출처가 모호한 것도 의심스럽다.이 도감엔 단지 2차세계대전 당시 빈지방법원에 수감중인 죄수들이 사망했을 때 시신을기증받은 것으로 기술돼 있다.
그러나 출판권자인 오스트리아 빈의과대학은 아직 이같은 미국의사들의 주장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채 출판을 강행할 예정이다.
홀로코스트 도감이라도 과학적으로 유익한데다 증거도 빈약한 미국의사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페른코프도감은 1938년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할 당시 빈의대학장으로 유대인 인종청소에 앞장섰던 악명높은 나치주의자 페른코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해부학 도감.
인체를 수직.수평으로 정교하게 잘라낸 단면해부도가 8백여편이나 실려있어 많은 의대생들이 이용하고 있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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