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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갈등과 반목은 남녀가 서로 ‘소유’하려는 데서 시작”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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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호 31면

디터 둠 · 자비네 리히텐펠스

“사랑은 신성(神性)의 고향이자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특질이다. 사랑이 자라기 위해선 사회적·문화적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을 정치적 이슈로 본다. 우리에게 공동체란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사랑을 통한 치유가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제그’ 터 닦은 두 평화운동가 둠·리히텐펠스

‘제그(ZEGG)’의 홈페이지를 보면 이 공동체의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신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올해 제그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에 ‘가을 아카데미-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e)’ ‘사회적 작품으로서의 사랑’ 등의 세미나가 들어 있는 이유다. 이런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사람은 독일의 평화운동가들인 디터 둠(66)과 자비네 리히텐펠스(54·여). 이들은 포르투갈의 생태공동체마을인 ‘타메라(www.tamera.org)’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둠 박사는 유럽의 ‘68혁명’ 당시 개인해방과 정치적 과업 간의 관계를 놓고 벌어졌던 이른바 ‘해방논쟁’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이후엔 좌파 마르크스주의의 이론가로도 활동했다. 또 신학자인 리히텐펠스는 중동지역의 평화를 위해 여러 차례의 평화순례를 기획한 공로 등으로, 2005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른 ‘평화를 위한 1000인의 여성’에 포함되기도 했다.

1978년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전쟁이 없는 미래, 남성과 여성 간의 사랑과 조화를 통한 평화의 문화를 이뤄보겠다는 목표로 의기 투합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사랑’과 에로스를 강조하는 등 상당히 급진적인 성 담론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궁극적 지향점은 지구의 평화다.

인간과 자연이 온전히 공존할 수 있는 비폭력적인 작은 생명공동체(healing biotope)를 지구 곳곳에 세우겠다며 공동체 구성을 모색하던 이들은 95년 포르투갈에 ‘타메라-작은 생명공동체 1호’를 세운다. 이곳에서 이들이 천착해 온 주요 연구 주제 역시 신성한 여성성에 기초한 치료의 힘, 자신과 상대에 대한 믿음을 가능케 해주는 자유로운 사랑, 이를 통한 평화의 문화 확산 등이다.

모계사회에서 부계사회로 바뀌면서 신성한 여성성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상대를 ‘소유’하는 개념이 생겨나는 바람에 인류가 작게는 연인관계부터 크게는 국가 간의 관계까지 전쟁과 반목을 일삼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젊은 평화운동가들에 대한 교육,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솔라빌리지’ 건립, 그리고 전 지구적 정치네트워크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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