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녹산공단이 가라앉는다-一山 절반크기 210만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갯벌위에 세우고 있는 부산녹산국가공단이 바닷속으로 끝없이 가라앉고 있다.낙동강이 남해로 흘러드는 곳의 갯벌에 들어서고 있는 2백10만4천평 규모의 이 공단은 올 연말 완공예정으로 93년 10월 착공한 것.일산신도시(4백76만평)의 거의 절반,분당(5백95만7천평)의 3분의 1에 가까운 넓이다.계획대로라면 이미 7백여개의 공장이 들어서 첨단 산업제품을 쏟아내야 할상황이지만 공정이 78%에 머무른채 지금도 계속 가라앉아 아직공장도 지을 수 없는 상태다.그래 서 공장을 짓기 위해 땅을 산 업체 3곳중 한곳꼴로 해약을 했다.그 실태와 원인.대책등을진단해 본다.
[편집자註] 초속 8~10의 갯바람이 거칠게 불어 체감온도가영하권으로 떨어진 29일 오후 부산시강서구녹산동 바닷가.갯벌위에 공단을 세우는 현장엔 15 대형트럭을 비롯해 불도저.그레이더등 중장비 1천여대가 바람에 흙먼지를 날리며 쉴새없이 드나 들면서 흙을 갖다 퍼붓거나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땅을 다지고있다. 그러나 흙을 갖다 부어도,부어도 땅은 자꾸만 꺼져들어 좀체 흔적이 나타나지 않는다.
당초 설계상으로 1백31㎝정도 가라앉을 것으로 계산했던 예상치를 훨씬 넘어 지점에 따라 최고 2백98㎝까지 가라앉은 상태에서 침하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 건설을 맡고 있는 한국토지공사측은 앞으로도 55.2㎝가더 가라앉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실은.얼마나 더 가라앉을 지'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당초 설계상으로 갯벌을 메우기 위해 쏟아부을 흙과 모래는 2천6백57만입방.15 트럭으로 따져 무려 3백32만대분(8입방적재 기준)이다.토지공사측 계산대로라도 앞으로 4백20만입방(15 트럭 52만5천대분)를 더 갖다부어야 할 판이지만 이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초 올 연말 완공예정이던 공단이 98년말로 2년이 늦춰졌다.이처럼 땅이 가라앉는 것도 문제지만 이곳에 공장을 짓기위해 땅을 산 업체들은 계획에 차질을 빚어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지금까지 7백9개 업체가 분양받아 공장을 지으려다 계획대로 되지 앉자 이중 2백31개 업체는 해약했다.
그러나 더 큰 낭패는 공장을 서둘러 짓고 있는 업체들.공장을짓는 업체라야 동서기공.삼성전기등 두곳 뿐이다.
1만2천평을 분양받아 3천평짜리 공장 2개를 짓고 있는 동성기공(대표 姜大升.62.자동차 시트제조업체)은 지하 50깊이로철제 파일을 박고 기초를 다지고 그 위에 공장 1동을 먼저 짓긴 했지만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공장이 어느 날 통째로 내려앉거나 또는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때문이다.
삼성전기도 상황은 마찬가지.땅 8만평중 4만7천여평에 깊이 50안팎의 철제파일 6천8백개를 박고 그 위에 지난해 10월부터 공장을 짓기 시작,지난달 겨우 완공했다.
당연히 보통 땅보다 기간도 많이 걸렸지만 땅값 원가가 평당 63만5천원에서 1백2만원으로 38만5천원씩이 늘어났다.전체로따져서는 1백80억원이상이 더 들어 엄청난 손해를 본 셈이다.
공장을 다 짓는다 해도 가동할 일이 더 걱정.도로는 물론 상.하수도,전기,통신,오.폐수처리시설등 어느 하나 돼있는 게 없다. 그러자 두 공장은 자체 비용으로 전기와 상수도관을 끌어들이고 자갈길 임시도로를 만드는등 공장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지만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동성기공측은 12월부터 공장을 돌리기위해 관할 강서구청에 가사용 승인신청할 계획이지만 구청측은 오히려“이 회사가 공단 입구에 설치한 전주 일부가 인터체인지 건설예정부지에 있다”며 즉각 철거를 요구,어쩔 바를 모르고 있다.

<부산=허상천.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