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株 50만원대 버티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내리막길을 걸으며 50만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 전날보다 3.43% 내린 50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3일 63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외국인의 '팔자'공세로 지난 11일 장중 한때 50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23일 이후 삼성전자의 하락률은 20.4%로 종합주가지수(15.7%)보다 낙폭이 깊었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를 파는 이유는 이머징마켓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매도를 통해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쇼크'로 외국인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지난달 27일부터 13일까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는 모두 1조6844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의 외국인 순매도 총액(2조2691억원)의 약 4분의 3을 삼성전자가 받아낸 셈이다.

리먼브라더스 윤용철 상무는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에 대한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며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 여부는 향후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전략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일투자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회사 박현 연구원은 ▶부시 재임 가능성의 약화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산업 생산성 증가율 둔화 ▶유가 상승 등이 미국 경기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는 아직까지 삼성전자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주가 회복 속도는 늦어질 수 있지만 실적 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 낙폭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LG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외국인 매물이 늘어난 것은 외국계 투기성 자금이 삼성전자의 실적이 최고점에 달하기 전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모멘텀 플레이'를 했기 때문"이라며 "내년 실적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매수세가 조만간 다시 흘러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원증권 민후식 연구원도 "D램 현물 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D램의 매출은 늘어나고 있고 휴대전화 및 LCD의 매출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조정을 받았지만 주가는 조만간 60만원대로 올라설 것"이라고 예견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