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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세종’ 표절 쓰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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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극 ‘대왕 세종’의 한 장면. 세종의 총애를 받은 장영실(이천희)의 이야기 등이 여러 원작을 무단으로 도용해 구성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제공]

KBS-2TV 사극 ‘대왕세종’의 표절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소설가 김종록(45)씨가 “드라마 ‘대왕세종’이 내 소설『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랜덤하우스)의 메인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며 28일 서울남부지원에 방송금지가처분신청을 낸 데 이어<중앙일보 29일자 11면> 또 다른 저자들도 저작권 침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KBS, 드라마 시놉시스도 꿀꺽?=『소설 장영실』(시나리오친구들)의 저자 김미숙(43)씨는 29일 “(내 작품속 설정인)장영실과 신빈 김씨, 세종의 삼각관계를 ‘대왕세종’이 허락 없이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드라마 ‘식객’의 제작사인 JS픽처스 소속 작가인 김씨는 “2006년 KBS와 드라마 ‘장영실’을 공동 제작하기로 하고 시놉시스와 대본까지 거의 완성한 상태에서 중단됐다”라며 “제작이 미뤄져 대본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드라마 소설’인 『소설 장영실』을 써서 올 2월 먼저 출간했다”고 말했다.

올 1월 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대왕세종’은 장영실과 신빈 김씨(이정현)의 관계를 비중있게 그려낸 바 있다.

김 작가는 “시놉시스가 도용당했다고 생각했지만 외주제작사 소속 작가로서 KBS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 참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시놉시스를 쓰면서 먼저 나온 책인 김종록씨의 『장영실은…』과 겹치지 않게 하려고 매우 고심했다”며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도용하고도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있냐’는 식으로 나오는 건 작가의 양심상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록씨도 “2005년 드라마 ‘장영실’의 30부작 시놉시스를 만들어 KBS 등 각 방송사에 돌렸다”고 말했다.

◆상식적인 추론이다?=세종 연구의 권위자인 박현모 세종국가경영연구소 실장(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도 “지난해 쓴 내 저작『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푸른역사)의 상당 부분을 ‘대왕세종’이 갖다 쓰는 등 여러 책을 뒤섞어 베낀 것으로 보인다”며 “방송사에서 그런 문제를 원작자와 미리 의논만 해도 좋을 텐데 모두 자기들이 창작한 것인 양 하는 건 나쁜 태도”라 지적했다.

박 실장은 또 “명나라의 조선에 대한 천문의기 사찰이 장영실의 삭탈관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은 김종록 작가가 맨 처음 제기한 게 맞다”며 “그 전에 그런 가설을 언급한 논문은 없다”고도 확인했다. 그는 “그런 주장은 실록 등의 사료에 씌어있지 않으므로 논문이나 학술서에서 다룰 수는 없다”며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 발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왕세종’ 대표 자문을 맡고 있는 서울대 국사학과 문중양 교수는 “제작진이 제작 초반에 몇 마디 물어본 것 외엔 자문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역사적으로 틀린 게 엄청나게 많아 곤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KBS측은 이날 해명 보도자료를 내고 “장영실을 명나라와의 갈등의 희생양으로 그린 것은 기록을 토대로 상식적 차원에서 충분히 추론 가능한 이야기 전개”라며 표절 논란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김종록씨는 “‘간의대(천문대)가 경회루에 세워져 있어 중국 사신으로 하여금 보게 하는 것이 불가하므로’란 조선왕조실록의 구절은 장영실이 궐에서 쫓겨난지 8개월 뒤인 1442년, 즉 세종 25년 1월 14일의 일”이라며 “이를 명의 사찰이 장영실의 삭탈관직의 원인임을 입증하는 역사적 기록이라 주장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추론할 수 있는 가설이 아니다”라며 “10여년 연구해 써낸 원작을 이렇게 강탈당하면 누가 콘텐트를 창작하는 데 인생을 걸겠느냐”고 반문했다.

이경희 기자



어떤 책들과 비슷하나

『장영실은 하늘을 보았다』

세종조 최고의 과학자 장영실이 일순 삭탈관직 당하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는 조선이 독자적인 천문과 역법을 갖지 못하게 한 명나라의 ‘천문의기 사찰’에서 비롯됐다는 소설의 메인 스토리.

◆저자 김종록=소설가. 성균관대 한국철학과 대학원. 소설『풍수1,2,3』 『제왕의 길』 산문집『바이칼』등.

『소설 장영실』

장영실과 신빈 김씨는 연인 관계였으나 장영실이 유학을 떠나면서 둘의 사랑은 끝나고, 신빈김씨는 세종의 여인이 됐다는 설정과 소설 속의 여러 에피소드.

◆저자 김미숙=방송 작가. 다큐멘터리 ‘직지’ ‘금속활자, 그 위대한 발명’ 등.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문종이 아버지 세종에게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행복을 위해서 비범하게 노력하는 것을 배우겠다”고 하는 책의 결론 부분 에피소드 등 여러 곳.

◆저자 박현모=세종국가경영연구소 전통연구실장. 저서로『세종처럼』『정치가 정조』『세종의 수성 리더십』 등이 있다.

(※ 각 저자 주장)

[J-HOT]

▶ "김위원장 배설물까지 철저히 챙겨갈 정돈데"

▶ "봉하엔 과거 靑 참모도 있을 텐데 이런 실수를…"

▶ "장영실·신빈 김씨·세종대왕 삼각관계 베꼈다"

▶ 꼭 1년 전 '클린정치' 외쳤던 문국현, 지금은…

▶ 김운용 "꽃다발 건넨 예쁜 소녀가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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