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비영리 전담기관 세워 뇌사자 장기 기증 활성화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국 최대 장기구득기관인 원레거시(onelegacy)의 탐 모네(54·사진) 최고경영자는 29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방문해 “한국도 원레거시와 같은 비영리 장기구득기관을 설립해 장기 기증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58개 장기구득기관이 있으며, 원레거시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220여 개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기구득기관은 뇌사자를 찾아 가족에게 장기 기증을 설득하는 단체다. 현재 미국에선 국립장기이식센터(UNOS)가 장기 이식자와 수여자 간 연결 업무만 하고, 장기구득기관이 장기 기증자를 찾는 일을 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장기 이식 등록 및 연결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선 8089명이 장기를 기증했는데, 한국은 148명에 그쳤다.

모네 회장은 “장기구득기관은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던 뇌사자의 가족을 설득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며 “설득이 끝나면 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 장기를 나눠준다”고 말했다. 가족을 설득하는 일은 2주일 넘게 걸릴 때도 있다. 가족이 뇌사를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놓쳐 장기가 활동을 멈추면 이식을 할 수 없다. 때문에 원레거시 직원 250명 중 30명이 가족을 설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모네는 “직원 40여 명은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의료진과 일반인 대상 교육을, 일부는 장기 적출 관련 전문교육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원레거시는 장기 기증자 가족을 위한 활동도 펼친다. 3개월마다 가족에게 기증자를 추모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3년 단위로 기증자 가족이 참석하는 추모행사를 연다.

미국에서 장기구득기관의 활동이 활발한 것은 1999년 만들어진 루틴 레퍼렐(Routine Referral) 덕분이다. 루틴 레퍼렐은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할 것 같으면 장기구득기관 등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모네는 한국 측에 루틴 레퍼렐 도입을 권했다.

모네는 30일 오후 2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장기 기증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