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유 성수기에 공급 비상-경유보다 싸고 LG정유 고장겹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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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겨울철 대표적 난방연료인 등유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가정용보일러등에 주로 사용되는 등유는 국내 생산량이 수요에 못 미쳐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가격이 대체유인 경유보다 싸져 수요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었다.
또 공급난 완화를 겨냥해 성수기인 이달 가동예정이던 LG정유의 여천 제4정유정제시설(하루정제능력 22만배럴)이 시운전과정에서 사고가 나 공급차질이 생긴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내년 1월 이후로 가동연기가 불가피해진 이 시설은 지난 4년여 동안 2천억원 상당을 들여 건설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년부터 기름 특별소비세중 일부를 인상할 계획이어서 등유를 연내에 확보하려는 일시적 가수요까지 겹쳤다.이에따라 일부 주유소에서는 품귀현상마저 빚고 있다.유공.LG정유등국내 정유5사는 계열 주유소등으로부터 공급량을 늘려 달라는 주문을 제때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가격역전=통상 경유보다 값이 5% 정도 비싼 등유가 성수기인 이달들어 경유보다 가격이 되레 낮아지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국제가격 연동등 가격결정구조 때문에 이달 들어 등유가격은ℓ당 3백51원으로 경유보다 1원이 싸졌다.

< 그래픽참조> 등유는 경유보다 매연이 적고 열효율이 높아 같은 값이라도 소비자들이 등유를 선호해 온 만큼 가격역전이 수요를 부채질했다.현행 등유의 ℓ당 특소세가 경유보다 낮고 국제시세마저 떨어져 등유값 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생산량부족=등유의 국내생산량은 연간 4천여만배럴로 수요량 6천2백만배럴에 크게 못 미친다.올해도 수요의 40% 정도를 싱가포르등 동남아에서 수입해야 할 형편.또 등유의 대체유인 경유공급도 빠듯하다.수요량이 1억배럴에 이를 전망이 나 생산은 9천만배럴에 불과하다.LG정유의 새 정유정제시설 가동연기로 빚어지는 등.경유의 하루 공급차질은 8만배럴 정도.
◇정부대응=정부는 이달 들어 하루단위로 난방연료 출하동향을 점검하는 등 등.경유 소비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통상산업부 석유수급과 심윤수(沈允洙)과장은 “아직까지 난방연료 파동조짐은없으나 등.경유의 수급불균형이 확대되고 등유의 국제시세가 계속떨어지면 정부가 새로운 수급조절책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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