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벌인 정부工事 우선순위 정해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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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공사는.삽질만 시작하면 끝'이라는 말이 있다.일단 공사가시작되면 결과가 나오는데는 부지하세월이라는 것이다.인천국제공항.경부고속철도등 대형국책사업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각종 대소형 공사중 목표대로 끝나는 것은 20%정도에 불과 한 실정이다.
한화경제연구소의 옥동석(玉東錫)박사는 최근 한국공공경제학회지 10월호에서“정부공사의 낭비는 현재의 예산집행 방식으로는필연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玉박사에 따르면 정부공사가 주먹구구식이고 방만하게 진행되는 근본이유는 정부의 예산이 집중이 아닌 분산투자방식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백억원씩 돈이 드는 A와 B사업이 있다고 치자.
기간은 4년이다.이 경우 분산투자방식으로 하면 4년간 개별 사업마다 50억원이 든다.4년뒤에 A와 B가 동시에 완공되는 것이다. 현재 기간국도 사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부공사가 이렇게 진행된다.반면 집중투자식은 A와 B중 투자우선순위를 고려해서 A를 2년만에 먼저 완공하고 나머지 돈으로 B를 2년후부터공사하는 것이다.
물론 장단점은 다 있다.먼저 분산투자는 한꺼번에 많은 사업이진행되기 때문에 가시적인 효과가 크다.여러 사람의 욕구도 만족시킨다.대통령의 선거공약도 있고,국회의원들도 지역구민의 눈치를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단 삽질부터 해놔야 나중에 할말이 생기게 된다.그러나 여러 개의 공사가 한꺼번에 진행돼 공사기간이늘어나면 물가상승등으로 당연히 공사비는 늘어난다.
정부공사가 제때에 끝나는게 없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것이다.
반면 집중투자 방식을 사용하면 ▶국민들이 먼저 완공된 A를 우선 이용할 수 있게 되고▶공사비용이 줄어들며▶국민들은 특정 사업이 언제 끝날지 미리 알 수 있는등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이 경우 먼저 모든 사업비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 에 재정적 부담은 뒤따르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 그걸 걱정할 정도는 전혀 아니라는게 玉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85년에서 94년까지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투자된2백건을 분석해보니 집중투자방식을 사용하면 전체 사업비의 20%인 7조2천억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일본등 선진국 가운데 우리처럼 일단 사업만 벌여놓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또 이번 국회 예산결산 과정에서 신한국당 송훈석(宋勳錫.속초-고성-양양-인제)의원등 여야의원들이 분산투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만일 집중투자 방식이 도입되면 행정부로선 여러 가지 골치아픈문제가 생긴다.현재는 일단 공사만 시작되고 나면 공사의 효율성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아도 좋다.공사기간이야 얼마로 늘어나든 간에 예산이 나오는대로 질질 공사를 끌어도 별 상관이 없다. 그러나 집중투자방식이 되면 목표대로 공사를 끝내지 못한데 대해선 국회의 추궁과 감시를 받아야 한다.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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