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데드 프레지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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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흥행이 잘 안된다고 하지만 비디오로는꾸준히 출시되고 있다.흑인감독들이 흑인문제를 다루는 것은 하나의 흐름이 됐고 이제는 백인주인공을 당연시해왔던 영화에도 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흑인 오르페'(시네마테크)는 1959년에 이미 등장했고 남북전쟁때 북군의 선발대가 돼 전원사망한 흑인부대의 실화극.영광의 깃발'(콜럼비아),서부극의 주인공으로 분한 흑인영웅.파시'(드림박스),브루클린 밤거리에 나타난 흑인 흡혈귀 .뱀파이어'(CIC),그리고 월남전을 흑인의 입장에서 비판한 .데드 프레지던트'(브에나비스타)까지 흑인들은 신화와 역사의 뒷전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외친다.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가 그려진 달러(Dead President)가 불타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드 프레지던트'는 흑인청소년들이 범죄에 젖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다이내믹하게 그린.사회에의 위협'(RGB)으로 주목받은 쌍둥이 흑인감 독 앨런과 앨버트 휴스의 94년작이다.
고교를 갓 졸업한 앤서니(로렌즈 테이트)는 형처럼 대학에 진학하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고 해병이 돼 월남으로 떠난다.삶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믿었던 월남전은 진흙구덩이에 생명을 처박는 미친 전쟁에 지나지 않았고 몸성히 돌아 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단 한번 관계를 맺은 여자와 그로 인해 태어난 어린 딸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앤서니는 옛전우들을 모아 현금수송트럭을 턴다.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볼 때의 가장 큰 애로점은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은데다 밤 장면이많아 더 더욱 알아보기 힘들다는 것.
밤 장면의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은 우리 비디오 제작상의 문제점이기도 한데 한국영화는 더 더욱 깜깜이다..해적'(드림박스)과 .영원한 제국'(드림박스)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밤 장면이 .완전 암흑'이어서 줄거리를 보는 것 자체 가 불가능에가깝다..데드 프레지던트'역시 밤 장면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가 쉽지 않으니 그 점 감안하시길.
(비디오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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