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개미 '바람피우기' 가정화목 기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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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간생활에서 배우자의 외도는 가정파탄을 불러오기 일쑤다.그러나 개미생활에서는 여왕개미의 .바람피우기'는 개미가정의 .화목'에 큰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핀란드 헬싱키대의 리셀라트 선드스트롬교수등은 .포르미카 엑세스타'(불개미의 일종)라는 개미의 행태를 관찰한 결과 여왕개미가 여러 수개미와 관계를 가질수록 개미가정의 갈등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사회생활을 하는 개미는 성적.
사회적 역할에 따라 여왕개미.일개미.수개미로 구분된다.
개미집단의 화목을 저해하는 요인은 수개미와 이를 .편드는'여왕개미가 한편이 되고,일개미가 다른 한편이 되어 벌이는 끝없는생존 경쟁에서 비롯된다.여왕개미는 .번식 파트너'로서 수개미를옹호하는데 반해 일개미는 수개미의 숫자가 늘어 날수록 집단내에서 그만큼 일도 많아지기 때문에 이들간에는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이런 갈등은 특히 수개미가 많은 집단에서 빈번한데,선드스트롬교수의 연구결과 잦은 .바람'을 피우는 여왕개미가 다스리는집단에서는 수개미대 일개미의 비율이 2대1로 .일부종사'하는 여왕개미 집단의 3대1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것이다.
선드스트롬교수는 “개미세계에서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논리가 통하고 있다”며 “일개미는 친자매격인 일개미를 옹호하는 반면 같은 일개미보다 유전적으로 먼.수개미'를 배척한다”고 설명했다.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부모 모두의 유전자를 온전히 물려받은 암개미이며,수개미는 모계로부터만 유전자를 받고 태어나기 때문에 암개미와 수개미 사이는 .한다리 건너'형제라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 개미간의 생존갈등에서 첫번째 주도권은 여왕개미가 쥔 것으로 나타났다.즉 수정된 알(장차 일개미나 여왕개미가 됨)을 낳느냐,미수정란(장차 수개미가 됨)을 낳느냐가 여왕개미의 .결심'에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개미도 .후반전'에서는 나름대로 생존경쟁을 좌우할 수 있다.수정란이든,미수정란이든 유충을 거쳐 성충으로 자라는데는 .보모'겪인 일개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개미들은 마릿수 과잉등으로 .미운 털이 박힌' 수개미의 유충을 돌보지 않고 굶겨죽임으로써 집단내에서 자신의 세불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원광대 분자생물학과 김병진(金兵珍.진화생물학)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여왕개미가 여러마리의 수개미와 관계를 가지며,개미집단내 성비를 조절하는데 일개미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등을 밝힌 것이 학문적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논평 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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