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공화당 ‘44년 텃밭’ 줄리아니 구원등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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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집권은 전진하는 변화가 아니다. 뒤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말인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한복판에 위치한 체스터필드 카운티의 한 공장 안에서 전 뉴욕시장 루디 줄리아니가 300여 명의 중소기업인에게 매케인 지지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었다. 그는 “경제에 관한 한 (오바마를 지지한) 뉴욕 타임스(NYT)를 보지 말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을 읽어라. 아무런 경험 없는 오바마가 잘못된 아이디어를 낼까 겁난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 월간지 ‘포브스’의 회장 스티브 포브스도 “오바마가 세금을 내릴 리가 없다”고 거들었다.

평소 보기 힘든 이들이 버지니아에 달려온 것은 매케인과 공화당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버지니아는 이번 대선 들어 처음으로 공화·민주 후보 간 치열한 전장(戰場)으로 변했다. 1964년 민주당의 린든 존슨 후보가 승리한 이후 무려 44년 동안 이곳은 공화당의 아성이었다. 그런 버지니아에도 오바마 태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27일 워싱턴 포스트(WP)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오바마가 8%포인트나 매케인을 앞섰다.

23일 오후 북부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오바마 선거 사무실. 노인부터 대학생까지,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과 백인 여성까지 사무실 문턱을 쉴 새 없이 넘나들고 있었다. 모두 오바마 지지 전화와 가정 방문 자원봉사에 나서고 싶다는 사람들이었다.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로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한 게리 코넬리는 “매케인이 정통한 ‘국가안보’ 대신 ‘일자리 안보’가 최대 선거 이슈로 부상하면서 보수적인 버지니아 주민들도 오바마로 돌아섰다”며 “역사적인 새 드라마가 써질 것”이라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모니카도 “경제가 이 지경인데 어떻게 또 공화당을 찍느냐”고 반문했다.


이 지역 내 조지 메이슨 대학의 마크 로젤 교수도 “버지니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현 위치는 빨강(공화당 상징색)에서 아직 파랑(민주당 상징색)까진 안 갔지만 보라색쯤”이라고 말했다. 그는 ▶버지니아 북부 지역에 히스패닉계 등 신규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준교외 지역까지 친민주당 정서가 확산되고 있는 점 ▶오바마 진영이 엄청난 선거자금과 인력을 쏟아 부으며 전력투구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오바마 광고가 네 번 나올 때 매케인 광고가 한 번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케인 진영의 텃밭 지키기 노력도 만만치 않았다. 24일 오후 홍보물이 가득 쌓인 공화당 선거 사무실에서 만난 데이비드 스킬레스는 “이번 금융위기의 시작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의 마구잡이 주택 모기지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워싱턴 정치에 민감한 버지니아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다 안다”고 주장했다. 매케인 진영이 의지하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남북전쟁 때부터 이어지는 버지니아의 오랜 ‘군 전통’이다. 현재도 다른 주에 비해 월등히 많은 현역·퇴역 군인 가족들이 베트남 전쟁 영웅 매케인을 버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리치먼드·샬러츠빌(버지니아주)=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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