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담배청문회」가 시작됐다.
일요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1면 톱기사로 시작,안쪽 2페이지 전면을 할애해 총4회로 예정된 대형 기획기사의 1회분을 내보냈다. 마치 의회의 청문회를 연상케 하는 이 기획기사는 미 담배회사들이 금연운동 때문에 본국에서 줄어드는 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아시아 각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했으며,미국 정부는 담배회사들을 위해 어떻게 각국을 상대로 「무역전 쟁」을 치렀는가를 다루고 있다.워싱턴포스트는 이 기획을 위해 현지취재는 물론 미국 정부와 담배회사들의 수많은 기록을 뒤졌으며 많은관계자들을 인터뷰했다.
담배를 「마약류」로까지 규정한 미국의 일반독자들은 이 기사를읽고 과거의 사실에 적잖은 놀라움이나 충격을 받았을 법하다.
그러나 이런 사실들은 정작 한국이나 일본등 미국의 압력속에 담배시장을 열 수밖에 없었던 나라의 독자들에겐 새삼스러운 일이아니다.한국의 사례도 미국의 301조를 통한 무역보복 위협 아래 담배시장 개방협상을 벌이던 85~87년의 국 내 신문기록을찾아보면 모두 나오는 일이다.
예컨대 댄 퀘일 당시 부통령이 담배농가들을 상대로 『미국내 담배 소비가 줄고 있느니 만큼 우리는 수출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연설한 것이나 클레이턴 야이터 당시 미 통상대표부(USTR) 대표가 『공정무역과 건강은 별개의 문제』라며 아시아 각국과무역전쟁을 펼친 것,86년 당시 주한 미대사관의 상무관이 필립모리스의 홍보책임자에게 『협상이 아무리 오래 가더라도 주한 미대사관과 워싱턴의 각 정부부처는 필립 모리스등 미국 담배회사들의 이익을 모든 일에 우선해 고려 할 것』이란 편지를 보낸 것등이 그런 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획기사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미국이 담배회사들의 이익만 생각,상대국 청소년이나 여성들에게까지 무차별적으로 담배를 팔았다는 「부도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워싱턴포스트의 여론 환기를 계기로 미국의 담 배규제가 과연 외국으로의 수출에까지 적용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하기야 환경이나 노동조건등을 거는 그린라운드.블루라운드등 새로운 무역규범을 필요에 따라 만들어내는 미국이니 만큼 마음만 내키면 언제「보건라운드」식의 새로운 무역규제를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