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형상가 점포主 '장사'보다 '투자' 눈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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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서울 서초동의 국제전자센터.내년3월 개장 예정으로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지만 이 건물은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지상 24층,지하 7층의 엄청난 규모도 그렇거니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품 정보 시스템을 구축,세계적인 최첨단 전자상가로서각광받아온 곳이다.이때문에 점포를 얻고자하는 사람들이 밀려 개관 1년전인 지난5월 인기리에 분양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전자센터의 운영을 맡은 실무자들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개관 일자가 4개월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는데 정작 점포에 입주해 장사를 할 사람이 그리 많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전자센터의 점포는 총 1천5백3개.최근의 자체조사 결과 이가운데 30%인 5백여 점포만이 이곳에서 장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분양받았고 대다수인 1천여 점포는 장사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사 놓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 관계자는 『국제전자센터가 장사가 잘 돼 프리미엄(권리금)이 많이 붙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당수 직장인들이 재산증식 수단으로 분양받은 것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분양시점이 기업의 명예퇴직 바람과 맞물리면서 노후를 걱정하는 많은 직장인들이 직간접으로 대형 유통상가의 점포를 투자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가전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55)씨는 『당초에는 매장 한개를 분양받으려 했는데 D그룹에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손아래 처남이 노후대책용으로 하나 더 구입해 달라는 부탁이 있어 평당 8백여만원씩 주고 가명으로 점포 두개를 샀다』고 말했다.
국제전자센터는 지난달 최초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건물에 입주해 영업할 「진짜 장사꾼」과 「가짜 장사꾼」을 가려내는 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가짜 장사꾼으로 판명된 사람에게는 세들어 장사할 사람을 알선해 주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받은 1천여개 점포가운데80%인 8백개 점포의 임대를 주선했다』면서 『이로써 개점후 일부 점포의 휴업사태는 면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업체는 비단 국제전자센터뿐이 아니다.신규점포의 경우 전문상인들이 몰려들어 빠른 시일내에 상권(商圈)을 활성화시켜야하는데 장사 이외의 다른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 몰려 난감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동대문 시장에 지난달 개점한 거평프레야의 경우 22층 건물 가운데 5,6,7층이 아직 장사를 못하고 있는실정이다.
거평프레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점포프리미엄과 재임대(속칭 전대)등을 목적으로 점포를 사들인 사람이 적지않은 것』도 「복합적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거평프레야는 현재 상우회를 중심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서울구의동에 세워지고 있는 테크노마트21도 최근 총 2천9백50개에 이르는 전자관련점포중 95%이상 분양을 마쳤으나 이들 가운데 일부가 판매보다는 「투자」목적의 점포일 것으로파악돼 개점을 앞둔 내년말께 실질조사에 나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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