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미국작가 조엘 샤피로 작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정확하게 각진 딱딱한 직육면체 몇개가 모여 부드러운 율동감을표현할 수 있을까.불가능할 것같은 생각이 들지만 막상 조엘 샤피로(55)의 조각작품을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직사각형의 간단한 조합으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기막히게 표현해내고 있는것이다. 「점.선.면」이라는 기본적인 요소를 공간에 적용한 조각작품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있는 미국작가 조엘 샤피로의 전시가 서울강남구청담동 갤러리 서미에서 열리고 있다.
94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서울 작품전에서는 조각작품 8점과 드로잉 6점등 모두 14점이 전시되고 있다.지난 전시에서는 직육면체만으로 이뤄진 비교적 간단한 모양의 조각작품을선보였지만 이번에는 여러 형상이 한 조각 안에 들어있는 다양하면서도 복잡한 형태의 조각들을 펼쳐보이고 있다.
샤피로 조각의 가장 큰 특징은 수리적인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다는 것.받침 위에 안정적으로 얹어지는 다른 조각과는 달리 정확한 계산에 의한 역학적인 질서를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마주치는 작품은 5개의 직사각형이 한데 붙어 바닥에 길게 누운 작품.다른 모든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나무를 브론즈로 떠서 나무의 질감이 살아있다.전시장 왼쪽의 긴 원통과 직사각형이 한데 어우러진 작품은 공간(space)에 그림을 그린다(drawing)는 개념으로 만들어진 조각이다. 작품 설치를 위해 한국을 찾은 샤피로는 『작업을 처음 시작한 60년대부터 나는 사람이나 사물의 외형을 단순히 재현한적은 없었다』며 『이보다는 동작,즉 내면의 세계를 겉으로 표출하는데 관심을 갖고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이번 전시 는 12월14일까지 계속된다.02-546-9740.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