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GM대우 베리타스, 널찍한 뒷좌석 … 사장님 차로 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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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대우가 대형 세단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5년 호주 홀덴으로부터 들여왔던 ‘스테이츠맨’은 실패 사례였다. 사이드 미러가 접히지 않고, 주차 브레이크가 조수석 쪽에 있는 등 ‘현지화 부족’이 큰 문제점이었다. 이번에 베리타스를 들여오면서는 그때의 교훈을 되새겨 철저히 단점을 보완했다는 게 GM대우의 주장이다. 베리타스 역시 호주 홀덴에서 생산한 것을 완성차 형태로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다.

GM대우가 꼽는 베리타스의 경쟁차는 현대 제네시스와 쌍용 체어맨W다. 두 차는 모두 대형 세단이긴 하지만 사실 성격이 좀 다르다. 제네시스가 오너 드라이브 위주로 달리기 성능을 강조했다면 체어맨W는 ‘최고경영자(CEO)의 차’를 표방하며 뒷좌석에 힘을 준 차다. 베리타스가 이 둘을 모두 경쟁 상대로 꼽은 건 가격대가 비슷하기 때문이겠지만, 주행 성능과 안락함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실제 만나본 베리타스는 꽤 컸다. 폭과 높이는 체어맨W와 같지만, 길이는 85㎜나 길다. 특히 뒷좌석이 널찍해 사장님 차로서 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특히 각종 편의장치는 수입차와 맞먹는다. 조수석은 버튼으로 거의 180도 가까이 뒤로 눕힐 수 있다. 에어컨 바람세기는 20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시동을 끄면 운전자가 내리기 편하라고 시트가 자동으로 뒤로 빠진다.

뒷좌석에 앉으니 양쪽 좌석 옆에 있는 무선 헤드폰이 눈에 띈다. 뒷좌석용 LCD 화면을 통해 오디오나 DVD를 감상할 때 쓰기 위한 것이다. 암레스트엔 조절 버튼이 있어 시트의 기울기를 조절할 수 있다. 뒷좌석엔 마사지 기능도 있다. 체어맨W의 경우 마사지 시트가 7270만원짜리 모델부터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 대비 괜찮은 사양이다.

베리타스는 V6 3.6L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최대 출력 252마력, 최대 토크 34㎏·m라는 동력 성능은 다른 대형 세단과 비슷한 편이다. 제네시스(6단)나 체어맨W(7단)와 비교할 때 자동변속기가 5단이라는 게 좀 아쉬운 점이다. 특히 GM대우가 중형차 토스카는 물론 준중형차인 라세티 프리미어에 동급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하면서 ‘변속기 단수’ 경쟁을 이끄는 회사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보통 변속기 단수가 높을 수록 성능과 연비 면에서 향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길을 돌아 내려오는데 코너링은 만족스러웠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내리막에서도 심하게 출렁이지 않고 금세 안정을 찾았다. 다만 엔진소리는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약간 거칠다.

제네시스가 스포티함을 원하는 30~40대, 체어맨W가 중후함을 추구하는 50~60대를 위한 차라면 베리타스는 그 중간쯤에 있다. 가격은 4650만~5780만원이다. 가격 대비 사양과 실내공간을 생각하면 좋은 점수를 줄 만 하다. 문제는 스테이츠맨의 기존 이미지를 깰 수 있느냐는 것. GM대우가 도전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거기에 달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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