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계란에서도 멜라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중국산 식품의 멜라민 파문이 계란으로 확산됐다. 홍콩 정부 산하 식품안전센터는 25일 시내 수퍼마켓 체인인 ‘파큰숍’에서 판매 중인 중국산 계란에서 기준치의 두 배에 가까운 개당 4.7ppm의 멜라민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시한 계란 한 개당 멜라민 허용 기준치는 2.5ppm이다. 식품안전센터 관계자는 “문제의 달걀에서 검출된 멜라민 양은 몸무게 10㎏인 세 살 난 아이가 정상적인 계란을 하루 12개, 60㎏ 몸무게의 성인이 144개를 먹었을 때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계란은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 본사를 둔 한웨이양지(韓偉養鷄)유한공사에서 수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안전센터 저우이웨(周一嶽) 국장은 “이번 주 중 중국산 계란에 대해 멜라민 함유 검사를 실시하고, 앞으로 모든 중국산 식품에 대해 안전조사를 강화해 모든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파큰숍 측은 문제의 계란들을 이날 모두 리콜 조치했다고 밝혔다.

홍콩 중문(中文)대학 생화학과 찬킹밍 교수는 “멜라민에 오염된 사료를 먹은 닭·생선의 알도 멜라민에 오염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내 양계장에서 사용하는 사료가 멜라민에 오염된 게 분명하기 때문에 중국산 달걀 전체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산 달걀을 사용해온 홍콩의 식당가는 걱정이 태산이다. 홍콩시내 식당의 80%가 중국산 계란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이미 1000여 개 식당이 문을 닫은 가운데 주요 요리 재료인 계란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자 식당 주인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홍콩중심부 코스웨이베이 식당가에서 패스트푸드점을 운영하고 있는 웽성펑은 “요리의 절반 정도에 중국산 달걀을 사용하는데, 손님들이 앞으로 달걀이 들어간 요리를 먹지 않을 것이 분명해 매출 급감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의 싼루(三鹿)사 분유에서 검출된 멜라민 파문으로 지난 8월 이후 지금까지 2만여 명이 넘는 중국 영·유아들이 신장결석 등 피해를 봤고, 중국산 우유와 유제품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