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디스크.알레르기성 비염 치료 '레이저' 효과 과대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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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0년대초 수술칼을 대신할 수 있는 획기적 의료기구로 국내의료계에 본격 도입된 레이저.
레이저를 이용한 치료의 장점은 피부절개가 필요없고 부분마취로간단히 시술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레이저를 이용한 척추디스크 치료나 알레르기성 비염치료를 놓고 의학계에서 「치료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지적이 대두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질환별로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척추디스크=첫번째 쟁점은 치료성적.레이저 시술의사들은 90%이상 높은 성공률을 내세우지만 실제 성공률은 50% 수준이라는 것이 레이저시술의 남용을 지적하는 측의 주장이다.
특히 요통환자 10명중 1명만이 디스크이며 디스크환자 5명중4명이 별다른 치료없이 한달가량 누워 쉬기만 해도 증상이 좋아질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도 중요한 사실.
게다가 치료가 필요한 나머지 1명에 대해서도 ▶환자의 나이가젊고▶수핵이 탈출되지 않은 단순디스크이며▶요통보다 다리로 통증이 뻗치는 증상이라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에 합당해야 비로소 레이저를 비롯한 비수술적 요법의 치료대상이 된다.
장기적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도 레이저가 지닌 문제점이다.바늘로 찔러 디스크를 녹여내는 키모파파인 용해술도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알레르기.신경손상등 추후 밝혀진 부작용 때문에 실제로는 국내에서도 명맥이 거의 끊긴 상태다.
◇알레르기성 비염=알레르기 물질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비점막을레이저로 얇게 태워 둔감하게 만드는 것이 치료원리다.완전한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등장한 레이저 소작술은 한때 알레르기성 비염환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그러나 이 방법 역시 비점막이 부풀어올라 공기소통을 방해하는 이른바 비후성(肥厚性) 비염 치료엔 효과적이지만 체질적으로 민감한 비점막을 물려받아 발생하는 알레르기성 비염엔 일시적 증상 개선효과만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배경과 대책=레이저 치료가 비보험수가로 진료수익을 올릴 수있다는 것이 개원가에서 레이저 치료가 확산되고 있는 주요 이유다.디스크의 경우 수술비만 비교해도 치료효과가 보다 확실한 외과수술비용은 30만원정도인데 비해 레이저 치료는 2백만~4백만원이나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도 단순한 증상개선을 위해서라면 불과 수천원 안팎으로 처방가능한 항히스타민제등 약물복용이 1회 시술당 20만~40만원 드는 비점막 레이저 소작술보다 훨씬 경제적이다.레이저 시술의사들은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학계가 지나 치게 보수적이며 신기술 인정에 인색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디스크의 경우 레이저 치료가 첨단의학의 경연장인 국제학회에서조차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며 대학병원을 비롯한 국내대부분의 3차의료기관에서도 치료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디스크의 레이저 치료는 보다 신 중해야 하며 비점막 레이저 소작술 역시 비후성 비염치료에 국한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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