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교수자리 실력보다 돈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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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교수 임용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보도된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의 실사 보고서에 나타난 현실을 보면서 대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애탄과 자괴심을 금할 수 없다.
교수 임용비리는 교육 감독기관의 무관심,교육관계법의 미비,그리고 도덕불감증에 걸린 일부 대학 재단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대학 강단에 서고자 하는 사이비(?)교수 등이 합작으로 빚어낸 총체적 산물이라 할 것이다.
대학을 흔히 지성인의 전당이자 학문을 연구하고 연마하는 상아탑이라고 하는데,그런 대학이 세인들로부터 비리의 온상인양 회자된다면 이는 대학인 모두를 모독하는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임용 과정에서의 금품 수수, 능력있는 교수 후보 임용 방해,그리고 특정인 임용을 위한 심사기준으로 공채공고를 내는 등의 사례를 제자나 후배들을 통해 듣고 목격하고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결국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능력이나 실력이 우수해도단지 돈.인맥.배경이 없다는 이유로 대학 강단에 설 수 없는 현실이 그저 참담할 뿐이다.돈만 있으면,인맥과 배경만 있으면 실력이나 능력과는 무관하게 대학 강단에 당당히 교수로 설 수 있는 풍토가 용인되고 당연시된다면 한국 대학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있는 대학마저 임용비리로 인해 병들고 썩어간다면 국제화.세계화를 외쳐봤자공염불일 뿐 우리 나라의 장래 또한 기약할 수 없지 않을까.
이제 대학인은 물론 대학과 관계된 모든 기관은 심각한 자기 성찰과 자성이 있어야 한다.그동안 교육부는 관리.감독기관으로서소임을 다해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교수 임용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일과성 감사로 덮어버리기에 급급하지나 않았는지,아울러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책 강구등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말이다.
교육관계법 역시 대학 비리를 조장할만큼 미비하지는 않은지,비리를 저질렀을 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찬찬히 살펴볼 일이다.
대학 설립자나 재단은 우선 교육사업이 수익사업이 아닌 육영사업임을 인식해야 한다.그리고 지금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나 않은지 심각하게 자문자답해 볼 일이다.
왜냐하면 교육시장 개방,진학생수 감소,대학 평가제 실시등 수없이 많은 난제들이 대학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 앞에 비리 임용 교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대학의 생명력도 짧아지리라 예견되기 때문이다.대학 강단에 서고자 하는 예비 교수들역시 비리를 저지르고 학생 앞에 섰 을 때 양심에 한점 부끄럼없이 참스승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자문해볼 일이다.유능하고 실력있는 교수 후보들이 제자리를 찾아 제몫을 다할 수 있도록 이들은 다른 길을 택해 줄 것을 감히 권하고 싶다.
이윤배 조선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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