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왜해야하나>일본의 교훈 下.해제 적용분야와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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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제원유가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일본 휘발유값은 오히려 10% 내렸다.석유제품수입 잠정조치법이 폐지(지난 3월)됨에 따라 다이에.마루베니가 수입 가솔린을 1ℓ당 15엔씩 낮게 판매하기 시작했고 다른 주유소들도 가격을 내리지 ■ 을 수 없었다. 일본 관(官)-업(業)유착의 표본으로 지목돼온 항공운임.
일본의 표준 운항경비(1×1마일)는 2.45달러로 미국(1.19달러)보다 두배이상 비싸다.그러나 지난 6월 폭(幅)운임제도의 도입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상황은 바뀌고 있다.항공 권 할인판매업체 HIS가 『장기적으로 운임을 현재의 절반까지 내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화장품 수입절차가 간소화된 뒤 일본 화장품업체들은가격인하에 쫓기고 있다.유통업체 자스코가 프랑스제 수입화장품을동급 국내화장품의 절반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전력판매가 자유화되자 철강.석유업체등 15개사가 쓰다 남은 석탄.폐유로 생산한 전력을 전력회사에 도매로 판매하겠다고 나서 가격인하가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규제완화는 그동안 규제에 기생했던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일본정부도 규제완화의 효과는 인정한다.엔화가 지난해 최고치보다 40%이상 떨어지면서 인플레 우려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자대장성은 『걱정없다』고 단언했다.『규제완화로 업체간 가격경쟁이치열해져 올해 물가상승도 0%에 머무를 것』이라 는 설명이다.
경제기획청은 최근 『92년이후 규제완화로 30조엔의 국민소득이새로 창출됐다』는 추정치를 발표했다.
규제완화의 효과가 입증되면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국내경제의 개혁」에 팔을 걷어붙일 자세다.그는 지난달 28일 게이단렌(經團連)회장단으로부터 6백99항목의 규제완화 대상 리스트를 전달받고 『재계에서 뒷받침해주면 내가 나서겠다』고다짐했다.최근 총리관저에 불려갔던 대장성 고위관료들도 『한달전의 하시모토가 아니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일본 주식회사」의 최대주주였던 관료들은 행정개혁.규제완화의 태풍을 예감하고 있다.
도쿄=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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