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 국방장관 양해각서 체결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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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러 군사협력 양해각서 체결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무엇보다양국 군사협력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그동안 함정 교환방문등 교류 위주였던 양국 군사관계가협력차원으로 질적 전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군 요원과 부대훈련에 관한 협력은 6년전 러시아와 수교할 당시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러시아 경협차관의 현물상환으로 들여왔던 무기장비의 운용에 관한 협력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을 정도로 절실했던 분야다.협력내용이 무기수리요 원 교육에서군사학.기상.군의학까지 폭넓게 망라돼 있는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한.러간에 명실상부한 군사협력의발판이 마련됐다』『그동안 제한적 범위에서 이뤄져 온 군사협력관계가 앞으로 한 단계 높아질 것』이 라는 국방관계자의 설명은 양국간의 협력 필요성과 예상되는 협력수준으로 미뤄 결코 과장이아니다. 양해각서 체결은 또한 시기적으로 북한의 군사도발을 억지하는 간접효과도 거둘 것으로 보인다.최근 상당 부분 복원되는조짐을 보여 온 북.러 관계의 고리를 끊고 북한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양국 국방장관이 별도의 회담에서 북 한의 무장공비침투사건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권침해 행위라는데인식을 같이 한 것은 단순한 외교수사(修辭)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북한에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의 강력한 대북(對北) 경고메시지에 이은 결정타가 되는 셈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61년 체결한 조.소 우호협력조약을 대체하는새 조약 체결 협상에 들어가기로 돼 있는데 이번의 양해각서 체결등은 북.러 협상 자체에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북.러간 자동군사개입조항의 복원이 어려울 것이라는 국방관계 자의 장담도 이런 상황을 배경에 깔고 있다.
한.러 군사협력 강화는 군사외교의 다원화 차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미국 일변도의 군사외교에서 벗어나 군의 현대화를 가속하기 위한 실리외교의 결실이기 때문이다.이는 미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카드」가 될 수도 있다.실제 미국 은 SCM기간중 김동진(金東鎭)장관의 러시아 방문목적등을 캐묻는 등 한.
러 물밑협상을 경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모스크바=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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