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곳 찾아 ‘음악선물 5년째’ 노신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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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는 악기만 들면 절로 힘이 솟는 영원한 백발의 청춘들이죠. 어려운 이웃들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는 음악을 계속해 나가렵니다.”

전주 지역의 노신사들로 구성된 ‘에버그린 밴드’가 최근 교도소 순회공연을 마쳤다. 지난 6월 부산 교도소를 시작으로 서울·대전·전주 등 전국 10개 교도소를 돌면서 재소자들에게 음악선물을 안겨 줬다. 이 공연은 문화예술위원회·법무부·기획재정부·복권위원회가 지원한 ‘신나는 예술여행’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했다.

에버그린 밴드가 전주교도소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에버그린 밴드 제공]

에버그린 밴드는 2003년 결성됐다. 정년 퇴임 후 ‘남은 여생을 좀 더 뜻있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하고 고민하던 다섯명이 만나 의기투합한 것이 인연이 됐다. 단원들은 대부분 학창시절 밴드부나 군 음악대 출신이다.

현재는 전체 단원을 28명으로 늘렸다. 대부분 60세 이상이고, 트럼펫·호른 등 호흡이 길고 힘이 많이 드는 관악기 연주자 7~8명이 40~50대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결성 첫 해부터 양로원·사회복지시설·교도소·소년원 등 어둡고 그늘진 곳을 찾아 다니며 연주회를 가졌다.

공연 레퍼토리도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며 어려운 클래식보다 가요·국악·영화음악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곡 위주로 선택한다. 연륜이 쌓이면서 정기 공연을 할 정도로 실력이 붙었다. 연주 곡목도 50여곡을 소화한다. 최근에는 지역 축제를 여는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은 물론이고 일본·중국 등 해외서도 공연을 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를 정도다.

황병근(75) 단장은 “오랜 연륜과 관록이 인생의 맛이 넘치는 연주를 이끌어 내는 힘”이라며 “단원들의 건강이 허락하고, 청중들이 불러 주는 한 무대에 계속 서겠다”고 다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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