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홍콩 경매 ‘한국 미술품 최고가’ 홍경택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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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홍경택(40)은 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 신기록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작품 ‘연필1’이 추정가(55만∼85만 홍콩달러)의 열 배가 넘는 648만 홍콩달러(수수료 포함, 당시 한화 7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홍콩서 경매된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였다. 올 5월 홍콩 크리스티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도 가장 비싼 한국 미술품은 그의 ‘서재2’(6억3000만원)였다. ‘연필1’의 기록은 1년 반이 지나도록 깨지지 않고 있다. 바로 그 홍경택이 23일부터 한 달간 서울 청담동 카이스 갤러리(02-511-0668)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에 나온 작품이나 작가의 면면은 ‘크리스티의 스타’라는 선입관을 깨고 있다. 전시 제목은 ‘연옥(Purgatorium)’, 사람이 죽어서 천당이나 지옥에 가기 전에 머무는 곳이다. 전시장서 만난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매개하는 것”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로 운을 뗐다. 특유의 화려한 패턴 바탕에 십자가에 못 박힌 자화상, 기도하는 아이 등 종교적 이미지를 그려넣었다. 잡지 사진을 놓고 그린 육감적 여인들의 모습도 있다. 종교성 강한 형상은 화려한 그래픽 패턴에 묻히고, 잡지 속 모델은 여신처럼 군림한다. 작품은 이렇게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다. 홍경택은 서울예고, 경원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유치원 때부터 그림 잘 그린다 소리를 하도 들어 당연한 듯 미술을 전공했다. 학교 때 가장 좋아한 과목은 디자인. 그만큼 그의 작품은 패턴화돼 있고 수공이 많이 들어간다. 6m 이상 대형 캔버스 여럿을 널어 놓고 몇 년에 걸쳐 작품을 완성하는 습관이 있다. 의외로 그는 대안공간 전시를 많이 한 작가다. 데뷔는 2000년 인사미술공간, 2005년엔 아르코미술관서 초대전을 가졌다. 지난해부터 바빠졌지만, 실은 데뷔 후 수 년간 단 한 점도 팔지 못했다.

이번 전시에 연필·서재 시리즈는 없다. 아예 그리지도 않는다. ‘히트곡’만 부르면 편하게 살 법한데 그러지 않는다. 전시의 주종은 ‘펑케스트라(Funk+orchestra)’ 시리즈. 작업실에 CD 2000장을 꽂아둘 정도로 팝 음악에 빠진 이 작가는 “사람의 감정에 가장 빠르고 깊이 호소할 수 있는 게 음악, 음악이 주는 즉각적 느낌을 잡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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