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 출신 배기종, 수원 우승 골 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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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1분 선제골을 넣은 수원의 배기종(右)이 펄쩍 뛰어오르며 화끈한 골 뒤풀이를 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2005년 5월 컵대회 우승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수원 삼성이 프로축구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컵 결승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배기종(25)의 활약에 힘입어 전남 드래곤즈를 2-0으로 꺾었다.

박항서 전남 감독은 윤주일·송정현·김태수 등 주전들을 후보 명단에 넣고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엔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고 수원이 지친 후반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도였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패착이 됐다.

승부의 균형은 전반 11분 일찌감치 무너졌다. 조원희가 내준 공을 골대를 등진 채 잡은 배기종은 순간적으로 돌아서며 전남 수비수를 제치고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터닝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배기종은 경기를 하루 앞둔 미디어 데이에서 차범근 감독이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잘해 주는 선수”라고 언급했던 공격수다. 2006년 번외 지명으로 대전에 입단해 월급 83만원을 받으면서도 7골·3도움을 기록하며 단숨에 신데렐라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스타 군단 수원으로 이적한 뒤 짧았던 영광이 끝났다. 17경기에 출전했지만 골맛을 보지 못하고 후보로 밀렸다.

차범근 감독이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이번 시즌에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지난 5월 모처럼 골을 터뜨렸지만 부상이 이어지며 다시 2군에서 칼을 갈았다. 하지만 수원이 침체에 빠진 9월부터 다시 차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컵대회 결승에서 값진 결승골로 기나긴 시련에 종지부를 찍었다. 배기종은 “축구를 시작한 뒤 우승은 처음이다. 식당 일을 하면서 정성으로 뒷바라지해 주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며 감격했다.

박 감독이 예고했던 ‘용광로 축구’는 한 골을 허용한 뒤부터 타올랐지만 전국을 적신 가을 단비에 식어버렸다. 미끄러운 잔디 위에서 패스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전반 43분 송정현, 후반 14분 고기구·헤나또 등 아껴둔 선수를 기용했지만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전남은 고비마다 이어진 ‘거미손’ 이운재의 선방에 땅을 쳤다. 전반 23분 백승민의 강한 슈팅은 이운재의 발에 막혔다. 후반 30분 슈바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튀어나간 뒤 이운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1분 뒤 이어진 송정현의 날카로운 헤딩슛을 막아냈다.

브라질 공격수 에두는 후반 33분 배기종의 땅볼 패스를 이어받아 추가골을 뽑아내 승리를 결정지었다.

박 감독은 후반 38분 페널티박스에서 수원 양상민이 핸들링을 범했는데 주심이 페널티킥을 주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2006년과 2007년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과 플레이오프에서 성남 일화와 포항 스틸러스에 패퇴하며 생긴 단기전 징크스도 털어냈다. 차 감독은 “우승을 했지만 정규리그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컵대회로 체력적인 부담은 생겼지만 상승세를 탈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뻐했다. 컵대회 우승 상금은 1억원, 준우승 상금은 5000만원이다.

수원=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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