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열풍부는 세계 연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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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상업성과 예술이 행복하게 만난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도 뮤지컬이 각광받고 있다.대형뮤지컬이 끊이지 않고 공연돼 볼거리를제공하지만 막상 이전 레퍼토리의 반복에 그치고 있어 아쉽다.뮤지컬의 새 흐름인 「크로스오버」,브로드웨이 입성 25주년을 맞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뮤지컬배우 윤복희를 한자리에 모았다.
[편집자註] 세계 연극이 「크로스오버」 열풍에 휩싸여 있다.
전통 언어극이 대부분 고전물의 리바이벌에 그치는 반면 연극.
춤.음악.노래가 서로 충돌하며 융화 혹은 해체되는 새로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새 흐름의 수원(水源)이며 출구다.이 곳을 중심으로 현재 폭발적인 인기속에 공연되고 있는 대부분의 화제작들은 언어중심의 기존 연극에 반기를 든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컬이다.브로드웨 이에서 공연되고 있는 『렌트』와 『브링 인 다 노이즈,브링 인 다 펑크』,오프 브로드웨이의 총아 『스톰프』와 『튜브』등은 「크로스오버뮤지컬」의 형식실험이 가장 최근에 완성된 것들로 주목되는 작품이다. 여기에 아직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은 못하고 있지만 호주산 뮤지컬 『팁 독』과 아일랜드산 『리버댄스』 등도 독특한 율동과 리듬으로 세계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관심작들이다.
이들의 일반적 특징은 고정된 플롯이나 언어(내러티브)중심의 줄거리가 거의 배제된 대신 율동과 리듬(스톰프),음악과 색채.
시각디자인(튜브)등이 극단적으로 혼합된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등장인물도 『오페라의 유령』『레 미제라블 』등 낭만적사랑의 주인공이나 영웅이 부각되던 종래의 패턴과 달리 하층민이나 소외계층으로 현실화됨으로써 관객과의 거리감을 없애려 하고 있다. 카메라.전광판.스크린등 각종 멀티미디어와 밴드의 현장음악을 최대한 활용하는 「블루맨그룹」의 『튜브』는 「장르넘기」와해체의 정점을 보여주는 경우로 꼽힌다.
그러나 이러한 뮤지컬의 크로스오버식 장르복합 현상은 오히려 연극의 해체라기보다 또 다른 형태의 「언어극」을 확대.재생산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연극평론가 이혜경씨는 『뮤지컬의 탄생이 그랬듯 연기의 즉흥성과 소리.리듬.움직임등을 통해 더욱 연극성을 강화해 보자는 실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영상시대를 헤쳐나가는 연극과 뮤지컬의「대안찾기」로 풀이했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크로스오버 뮤지컬들은 점차 대중에게 멀어지면서 오페라처럼 고급화.박제화된 『오페라의 유령』식 대형 뮤지컬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소규모.저예산을 들여 쉽게 세계적인 관심대상이 됐다는 점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곧 우리무대에 선보일 『스톰프』만 봐도 돈보다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절감할 수 있다.
지구촌의 이런 변화무쌍함에 비해 우리 뮤지컬계는 아직도 둔감한 편.학전그린에서 공연중인 『지하철1호선』이 그런대로 이런 흐름에 가까운 편이며 대부분은 고전 레퍼토리의 반복에 안주하고있다.『지하철1호선』이 2년넘게 장기공연중인 데 에는 줄거리보다 폭발적인 라이브음악과 빠른 템포의 율동이 큰몫을 했다.
『명성황후』를 연출한바 있는 에이콤대표 윤호진(단국대교수)씨는 『빨리 우리식의 방향론이 모색되지 않으면 친화력이 유별난 크로스오버 뮤지컬의 공세에 맞서기 힘들 것』이라며 『우선 다양한 지적 실험이 용납되는 문화풍토와 뭇 장르를 넘 나들 수 있는 배우등 소프트웨어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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