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추적非理시내버스>中.시민 발목잡는 부조리 악순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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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짜증나는 시내버스는 바로 끊임없는 부조리의 악순환때문으로 입증됐다. 업주와 시공무원의 뇌물커넥션은 시민편의를 도외시한채 꼬불꼬불 도는 길다란 황금노선을 만들고,업주는 수입을 부동산 투기등에 쏟아부은 것이다.
그러니 버스는 여전히 불결하고 더러우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버스기사는 규정시간에 맞추기 위해 난폭.과속운전,무정차 통과를 일삼는다.
짜증난 시민들은 시내버스를 피해 자가용을 끌고나와 교통체증을부르고 교통체증은 업주들의 수익감소를 유발하며,업주들은 또다시노선폐지.신설.조정등을 통해 황금노선을 노린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부조리와 비리 악순환의 모습이다.
일찌감치 시내버스의 운행이 끊겨 택시를 타기 위한 시민들로 혼잡한 1일 0시30분쯤 서울동작구사당동 총신대부근 정류장네거리. B운수의 시내버스들이 속속 들어오지만 차고지(車庫地)가 비좁아 4차선 도로의 양쪽 1개차선이 순식간에 시내버스 차고지로 변한다.
차에서 내려 포장마차에 들어선 운전기사에게 주인이 『여기에 차를 대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하자 『난들 어쩌란 말이냐』고대들면서 승강이가 벌어졌다.법규정에는 버스업체가 대당 36평방의 주차면적을 확보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서울시내 89개업체중 20개업체는 법정확보면적에서 5백46대분 1만9천6백60평방나 부족해 아예 도로를 주차장으로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밤이면 주택가 도로가 불법주차한 시내버스로 가득차고,새벽이면 이들 차량의 시동거는 엔진소리로 주민들이 잠을 설치기일쑤인 사례는 오래된 일이다.
게다가 겨울이면 도로에서 세차까지 하는 바람에 거리가 온통 빙판을 이루기도 한다.차고지뿐만 아니라 요금인상 때마다 내세우는 냉.난방 설치등 서비스개선은 언제나 공(空)수표다.
지난 7월 요금인상후 약속대로 냉.난방 시설을 갖춘 도시형버스는 전체의 26%밖에 안된다.
이 사이에 업주들의 「딴주머니」는 계속 불룩해진다.
아진교통의 경우 95년 요금인상 전에는 하루 1백40만원씩 장부에서 빼돌리다 요금인상이후 하루 2백60만원씩 빼돌렸고,96년 요금인상후에는 아예 하루 4백만원씩 빼돌린 것으로 수사결과 드러났다.
버스기사와 시민들만 업주들의 「봉」인 셈이다.
사당동~목동을 운행하는 좌석버스기사 崔모(45)씨는 경력 4년6개월의 베테랑이지만 한달봉급은 1백10만원선이다.
시내버스기사들이 격무를 이유로 평균 3년8개월이면 이직하는 현실에 비춰볼때 오래 버틴 셈이다.
근무시간은 2교대이지만 불규칙하기 일쑤다.지난달 31일 오후출근해 세차례 운행한뒤 1일 오전1시 퇴근,잠깐 눈을 붙이고 오전6시50분 또 첫차에 올랐다.
1회 운행 시간은 규정상 2시간15분이지만 시도때도 없는 체증으로 보통 3시간이 걸린다.
『버스기사인들 목숨건 위험운전을 하고싶어 하겠습니까.박봉에 시달리며 배차시간을 지키려다 보니 신호위반이나 난폭운전이 불가피한 것이지요.』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12월중 시민 5백명을대상으로 불만사항 조사결과 「난폭운전」이 27%로 가장 많았다. 이에따라 시민들은 너도나도 자가용을 끌고 나오고,도심교통은자연히 혼잡해지며 대중교통에 대한 일대 수술없이 임시방편으로 시행되는 「혼잡통행료」로는 해결 전망이 요원하다는게 전문가들의일관된 지적이다.
실정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항상 업자들의 적자타령.파업 위협속에 자금융자.노선조정으로 맞장구만 친다.
해마다 1월이면 버스기사들의 임금조정시기.
이때를 맞춰 기사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업주는 『파업 해보라』고 버티며,서울시는 『시민불편…』을 내세워 자연스레 요금인상을 해준다.
이같은 연례행사로 93년1월 2백50원이었던 버스요금이 지난7월 4백10원으로 3년반새 60%가 올랐다.
게다가 서울시는 지난해 3월15일 업자를 위해 서울시 예규를제정해 도시형버스 5천8백59대에 대당 1천1백만원씩 지원키로했다. 이번에 구속된 서울승합대표 유쾌하(柳快夏)씨의 경우 도시형버스가 1백64대나 돼 18억여원을 융자받을 수 있어 일반시중금리가 12.5%인 점을 감안하면 이자로만 매년 9천만원을덕보는 셈이다.
그리고 이같은 돈이 대중교통 서비스개선 없이 황금노선 차지를위한 뇌물과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빼돌려지는 것이다.
박종권.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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