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엔총회서 '개짖는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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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은 이제 나라안 정치와 외교마저 분간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인가.자기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안에서만 해오던 욕지거리와 험악한 말을 국제 외교무대에서 마구 쏟아내는 것을 보면그런 의문을 떨칠 수 없다.29일 유엔총회에서 「개짖는 소리」라는 말까지 동원한 북한대표의 발언은 「안에서 새는 쪽박 밖에서도 샌다」는 옛말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부끄러운 내용이었다. 29일의 유엔총회는 북한을 비롯해 핵안전협정을 이행하지 않는 몇몇 나라를 상대로 협정의 준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반대한 나라는 오로지 북한 하나뿐,거의 모든 나라의 의견을 모은 결의안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세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남한 헐뜯기에 나섰다.『남한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반입한 반역자며범죄자로서 남한대표의 발언은 개짖는 소리』『남한은 미국의 식민지』라고 북한의 유엔 차석대사가 발언한 것이다.
북한의 보도매체들이 대남(對南)비방때 상투적으로 쓰는 말들이다. 이날 발언을 한 북한대표는 차석이라고는 하지만 나라를 대표한다는 대사의 직함을 가진 외교관이다.그런 외교관이 금기(禁忌)해야 할 비어(卑語)를 온 세계를 상대로 거리낌 없이 구사하고 있다.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은 안중에도 없다 는 태도다. 북한이 이처럼 마구잡이로 나오는 이유는 뻔하다.자기네 주장을 설득할 논리가 궁하기 때문이다.어느 개인이나 집단이 궁지에 몰리면 감정과 폭력을 앞세우는 것은 흔히 보아온 일이다.이는 남북한 관계에서 우리가 줄곧 보아온 북한의 행태이 기도 하다.그런 행태를 유엔총회에서도 내보인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에 대해 우리 외교관의 대응은 냉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북한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반박한 것이나 북한의 무례에 유감을 표시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행동규범에 맞추도록노력하라고 한 것은 적절했다.다만 혹 부적절한 어휘의 선택으로우리도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은 주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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