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사망이틀前 마지막회의 전문.비디오 本社단독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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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는 북한 김일성(金日成)주석이 숨지기 이틀전인 94년7월6일 마지막으로 주재한 고위당정간부 회의록과비디오 테이프를 단독입수했다.「사회주의 경제건설에서 새로운 혁명적 전환을 일으킬데 대하여」라는 교시로 나온 회의록과 비디오테이프에는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이 소상히 나타나 있으며 이를 걱정하는 김일성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또 그해 6월중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과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드 러나 있다.
[편집자註] 『가슴이 와 이리 답답한가.경제가 안 풀려 요즘은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우게 됐어.』 94년7월6일 북한주석궁 집무실.사망 이틀전 「경제부문 책임일군(일꾼)협의회」를 주재한 김일성은 가슴의 통증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보좌관에게 담배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5일부터 계속된 이 협의회에서 김일성은 경제 각부문이 제대로 되 는 게 없다며 당정고위간부들을 질책했다.회의가 진행되면서 김일성은 특유의 어투로 당정간부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워 질책하기 시작한다.
『동무들 당의 결정사항 아닌가,응.농업.경공업.무역 제일주의.화학비료는 남흥화학.흥남화학을 생산 정상화하도록 만들라우.금년엔 계획된 대로 하고 명년엔 5만톤 만부하를 걸어야 해.김환(金渙.화학공업담당 부총리)이는 비료공장 설비보수 를 책임지라고 여러번 지시했는데 아직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어.』 『거 우리가 배를 많이 만들어야 해.큰 짐배를 1백척 정도 만들라우.선박공업부(부장 이석)에게 내가 큰 짐배를 1백척 만들라한지 여러 해가 됐는데 아직도 안되고 있어.』 『시멘트도 정상화해야 돼.1천2백만톤이면 얼마가 되지.제대로 하라우.』 『전력이 선차적으로 돼야 해.전력하고 금속만 올려 놓으면 우리도 잘살 수 있어.잘 살 수 있지.』 부문별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는 김일성의 목소리는 매우 격앙돼 있다.당시 김일성의 발언을 담은 회의록은 점잖게 표현돼 있지만 회의장면을 담은 비디오에는 김일성의 불쾌감과 우려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우리 일꾼(간부)들은 장사를 할 줄 몰라.경제부문 일꾼들도사업을 깊이 연구 않고 창발성 없이 일하고 농업일꾼들도 머리를쓰지 않아』라며 전체 참석자들을 나무란다.
20여일전 열린 「라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개발과 발전소건설관계부문 일꾼협의회」에서 『라진-선봉 개발사업을 몇 해전부터한다고 말만 하고 해놓은 게 없어.우리 일꾼들은 맛있는 떡을 앞에 놓고도 먹을 줄 몰라』라며 일갈했던 그였다 .그런데도 조금도 달라진 게 없는 답답한 일처리에 더욱 진노한 듯하다.
경제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있는 김일성은 『부족한 원자재나 기술은 돈을 주고서라도 외국에서 사와야 해』라는 말을 10여차례나 되풀이하고 있다.
김일성이 이날 가장 강조한 것은 전력문제 해결을 위한 발전소건설이었고,김정일은 『발전소문제만큼은 다 해결할 것이야』라고 말했다.김정일이 최근 금강산발전소 및 영원발전소 건설현장을 잇따라 시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
김일성은 간부들에게 『경제가 엉망인데 동무들은 회의에서 아무런 문제제시나 답변을 못하고 있어』라고 호통쳤다.그러면서 이틀뒤 다시 회의를 소집하겠으니 그때는 부문별로 대책을 세워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호령을 한 뒤 회의를 마쳤다.
후속회의가 예정된 7월8일 오전2시 김일성은 묘향산 집무실에서 7월25일 평양을 방문하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관련문건을 검토하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숨진다. 김일성의 유언은 『동무들이 김정일 동지를 잘 받들어야 하오.나는 김정일 동지가 부담이 지내(지나치게) 많고 휴식도 없이일하는 것이 제일 큰 근심이오』라는 한마디였다.
북한은 이날 김일성의 지시를 「7월6일 유훈교시」로 규정해 북한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밝혀준 강령적 교시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김일성은 간부들에게 자력갱생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외국으로부터의 기술 및 자재도입등 갖가지 방안 을 강구하라고 채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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