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마 록밴드 한국노래 부르기 '된다.안된다' 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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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한국 노래가 좋아 아마추어 밴드를 결성하고 자비로 내한,한국인 관객 앞에서 한국말로 노래부르기를 원하는 외국인이 있다.그런데 그 외국인의 국적이 하필 일본이라면 과연 이를 막아야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안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공연 내용이나 경위야 어찌됐든 일본인이 한국에 와 대중음악 공연을 가질순 없다는 것이었다.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강남구압구정동의 라이브 카페 「록 미 아마데우스」에서는 「사토 유키에와 곱창전골」이란 이름의 일본인록밴드가 출연키로 예정돼 있었다.이들은 신중현.활주로.산울림등주로 70,80년대 한국 록그룹의 노래를 전문 적으로 부르는 아마추어 밴드로 이날도 『아름다운 강산』『미인』등을 한국어로 부를 예정이었다.「곱창전골」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부르기 위해 일부러 한국말을 배웠고 한달에 한번 정도 도쿄(東京)의 라이브 클럽에 출연,한국 가요를 부르는 매니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출연예정 시간을 3시간 앞둔 오후5시쯤 문체부로부터 『공연을 허가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계획을 취소할수밖에 없었다.문체부 관계자는 『한 시민의 제보로 뒤늦게 공연사실을 알게 됐다』며 『현행 법규에 따르면 모든 공연은 공륜 심의를 거쳐 문체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번 경우는 사전에 허가신청이 없었던데다 일본 가수의 공연이어서 불가방침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체부 조치에 대해 『지나치게 경직된 발상에서비롯된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비록 일본 대중문화 수입이 국가정책에 따라 금지돼 있다고 하더라도 「곱창전골」의 공연(엄격히 말하면 업소 출연)이 과연 정 부가 나서서 제지해야만 할 만큼 국민감정에 반하는 성질의 것인가 하는 지적이다.직업가수가 출연료를 받는 공연이 아니라 순수 아마추어 그룹이 한국노래를 부르는 것이라면 민간 문화교류 차원에서 이를 금지할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이다.
일본문화에 대한 당국의 공식 입장은 엄격하고 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그러나 현실에서의 일본문화는 우리 생활속에 깊숙이 침투한지 이미 오래다.
***형평성문제 시비많아 「곱창전골」의 한국노래 공연이 무산된 시간에도 가라오케에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노래를 일본어로부르고 있었을 것이다.「곱창전골」의 공연 무산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문체부는 이미 일본의 인기가수 도시 구보타가 영어로 취입한 음반의 국내발매를 허용했고,지난달에는 비록 「반쪽 한국인」이라지만 엄연히 일본 국적인 여가수 사와 도모에의 정식 공연을 허가했다.문제를 삼고 제지를 하려면 그쪽을 해야지 이번 순수 아마추어인 「곱창전골」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국정감사에서 김영수(金榮秀)문체부장관은 『일본문화 개방은 국민감정이 허용치 않기 때문에 금지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많은 국민과 문화계 관계자들은 하루속히 정부가 일본문화 개방에 대한 명 확한 입장과개방일정을 밝혀주길 바라고 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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