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일 개봉 임순례감독作 "세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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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11월2일 개봉하는 『세 친구』(감독 임순례)는 개봉전부터 작품 안팎의 화제로 영화계를 술렁이게 한 문제작이다.
신인감독이 대기업으로부터 제작비 전액을 지원받은뒤 기성배우는한명도 쓰지않고 충무로의 문법을 철저히 피해가면서 작품성 높은영화를 만들었다는 점,개봉전 선보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됐고 평론가들이 주는 넷팩상을 받은 것이 그 렇다.
여기에 베를린(비경쟁).시카고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계속 초청장이 날아온 점,예술영화 전용관으로 정평난 동숭동과 종로의모개봉관에 줄줄이 대기중인 아트필름들을 제치고 수월히 간판을 건 점,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자 당사자인 고교생 들이 『교육에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심의기관으로부터 관람금지를 당할뻔했다가 감독의 거센 항의로 철회된 점이 또 그렇다.
특히 마지막 화제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적 시야의 한계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본보기였다.제작사인 오스카 픽처스는 지난주 공륜에 『세 친구』의 관람등급을 「고교생입장가」로 신청했으나 공륜은 영화검토뒤 「연소자입장불가」로 판정하겠다는 의사를 제작사에 통보했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욕이 많이 나와 청소년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그러나 영화계에서는 『공륜측에서 「청소년이 봐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영화」란 얘기가 나왔다는 점을 볼때 영화의 전반적 톤에 불만이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돌았다.
이 작품은 공륜을 비롯한 기성질서의 시각에서 보면 반항적이고냉소적인 요소로 가득하다.대학입시에서 낙오한뒤 사회에 적응하지못하고 도태돼가는 달동네 세 청소년의 모습을 유머를 섞어가면서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나간다.삐딱한 인상때문에 특히 손해가 많은주인공 무소속이 교사로부터 반항의 오해를 받고 흠씬 두들겨맞는부분과 내무반에서 성깔 사나운 선배로부터 구타당하는 부분은 여태껏 한국영화가 표현못했던 흔한 억압의 현장을 속시원히 터뜨린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런 장면들이 영화의 전후흐름과 맞물려 자라나는 싹들을 판에박힌 분재들로 가공해버리는 우리사회의 경직성과 권위구조를 날카롭게 고발한다.도태의 벼랑에 몰린 주인공들이 사회의 하수구에 쓸려내려가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울림깊은 반 성의식을 안겨준다. 여자인 임감독은 『세 친구』들처럼 제도교육의 권위적 구조에 적응하지 못해 고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한양대 영문과)에 들어간뒤 영화로 돌아선 사람.그는 누구나 넘어가는 일상속에서 미세하지만 결정적인 뒤틀림을 읽어내고 이를 화 면에 실감나게 연결하는 감수성 뛰어난 연출로 노골적인 폭력이나 불온한 구호 없이도 오랜만에 공륜과 영화계를 들썩이게 한 힘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 작품이 사회전반까지 들썩일 수 있을 것인지 고교생을 포함한 관객들의 평가가 기다려진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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