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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구멍뚫린국가시설>3.하루종일 비어있는 망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내 국제공항의 출입국자에 대한 보안검색은 까다롭기로 소문나있다.검색대를 통과해도 휴대용 검색봉이 기다리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가방까지 열어보는게 예사다.외국인들에게 『지나치게 번거롭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같은 통관절차와는 달리 외곽 경계경비및 시설보안 수준은 도심 한복판의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하루종일 비어있는 망루,쓰러져가는 울타리,구멍난 철조망등….
취재팀은 지난 9,15,17일 김포와 김해에서 부실한 국제공항의 경비실태를 진단했다.
◇텅빈 망루=국내 최대관문으로 하루 23만명이 이용하는 김포국제공항.공항 입구쪽 담벼락을 따라 설치된 망루에서 경비병들이사방을 둘러보며 제법 삼엄한 경계를 펴고있었다.하지만 입구에서왼쪽으로 2㎞쯤 후미진 곳으로 돌아가자 사정은 완전히 딴판이었다.취재팀이 확인한 9개의 망루는 하루종일 텅 비어 있었다.정작 활주로에 가까운 지역의 경계가 허술한 것이다.공항경찰대 근무수칙엔 하루 3교대로 24시간 경계를 서게 돼있으나 취재기간전체 망루중 절반가량은 항상 비 어 있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공항내의 송유관 공사현장.출입증도 달지않은 인부들이 아무런 제지없이 제집 드나들듯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인부를 가장한 불순세력의 침투는 「식은 죽 먹기」일듯 싶었다. 이런 허술한 경비상태 때문에 지난 1월 한 중학생이 경계구역을 통과해 활주로 부근을 서너시간 배회하다 붙잡히는 해프닝이 벌어졌다.이런데도 공항경찰대측은 『최근 북한의 보복위협 이후 경계근무를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하루 8만여명이 드나드는 김해국제공항 역시 절반이상의 망루가빈 상태였고 그나마 드문드문 보이는 경비병도 신문.잡지에 열중인 모습이었다.
◇망가진 울타리=김포공항 정문에서 왼쪽으로 1㎞쯤 떨어진 경계지역.담 높이가 방호시설물 설치기준(270㎝)에 훨씬 못미치는 1.5~2정도인데다 담위의 철조망에는 폭 70㎝가량의 구멍까지 뚫려있었다.
취재팀은 바닥에 나무상자를 놓고 구멍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갈수 있었다.나머지 지역 철조망도 상당수 녹이 슬어 맨손으로도 쉽게 제거가 가능했다.
김해공항도 정문에서 좌우 1㎞를 제외하면 외곽 울타리의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국내선 청사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5백쯤 올라가면 외곽벽이 끊기고 어른 키 정도밖에 안되는 나지막한 철조망만 녹슬고 흉한 모습으로 이어져 있었다.그나마 곳 곳이 심하게무너지거나 뚫려 있었다.
공항입구 반대편으로 돌아가자 더 한심했다.철조망에 커다란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가 하면 퇴비와 TV.책상등 온갖 쓰레기가 울타리 높이만큼 쌓여있었다.퇴비더미 위에 올라서면 공항내부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굽어볼 수 있을 정도였 다.
경비를 맡은 군당국은 『울타리 관리상태가 왜 이리 엉망이냐』는 질문에 『보안사항이므로 일절 얘기할 수 없다』고 엉뚱하게 대답했다.
◇허술한 청원경찰 관리=김포공항에는 공항경찰대를 제외하고 청원경찰복을 입은 4백여명의 민간인이 청사와 항공기 계류장.항공기등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하지만 이중 3분의 2이상은 복장만 청원경찰이지 총기도 휴대할 수 없는 용역경비원 이다.주요 시설의 경계경비는 정기교육을 받고 총기를 다룰 수 있는 청원경찰이 맡아야 하지만 복장과 담당 직무까지 청원경찰과 용역경비원구분없이 편법 운용해온 것이다.
***용역경비원이 請警 노룻 또 청원경찰법 규정상 공항공단과각 항공사측이 필요한 청원경찰 인원을 확보해 경찰의 승인을 받아 배치해야 하는데도 용역경비회사인 한국산업안전측이 임의로 청경 임용을 요청해 오고 있다.그나마 경찰이 최근 법규정을 들어한국산업안전측 이 요청한 신규 청경들에 대한 승인을 거부,결원을 보충하지 못하는 바람에 갈수록 경비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
김포공항경찰대 한 간부는 『아무리 복장이 같고 하는 일이 같다고 하더라도 용역경비원의 임금이 청원경찰에 비해 크게 처지는데 똑같은 책임감이나 업무능력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며 용역경비원에 대한 불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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